[The 5] 연세대 소송, '노동권 vs 학습권'의 충돌일까?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https://bit.ly/3qnllp8
연세대 학생 3명이 최근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교내에서 한 집회로 인해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인데요. 학생들은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5월9일)하고, 학습권 침해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6월17일)도 연달에 냈습니다. 연세대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학생의 ‘학습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사회부 장나래 기자와 류하경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이번 소송의 발단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위인데요. 왜 시위가 시작된 건가요?
장나래 기자: 노동자들의 요구는 세 가지예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인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자 인원 감축·구조조정 반대예요. 그런데 원청 연세대와 하청 용역업체가 ‘시급 200원 인상’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잘 안 됐어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마이크를 잡은 거죠. 15년째 비슷한 상황이에요.
[The 2]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거네요. 그런데 왜 학교도 아니고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거죠?
장나래 기자: 고소인들은“(시위대가) 매일마다 학생회관 앞에서 메가폰을 틀어놓고 시끄럽게 시위를 해서 수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해요. 노동자들에게 “시험 기간만이라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 당해서 경찰에 신고도 하고 고소도 했다는 거에요. 또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당했고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으니 손해도 배상하라는 거죠. 학생 3명(고소인)이 노동자 2명(피고소인)에게 총 638만6000여원을 내라고 요구했어요.
[The 3] 소송을 바라보는 연세대 구성원들이 궁금하네요. 고소에 동감하는 이들도 있나요?
장나래 기자: 고소인의 계좌번호로 후원을 하고선 인증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다수는 아니에요. 요즘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대자보도 많이 내걸고 있어요. 노동자들과 함께 학교에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요. 이 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윤경 교수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며 학생들을 비판했어요. 학습권 소송이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요구하는 일부 2030 세대들의 잘못된 주장과 맞닿아 있다면서요.
[The 4] 업무방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나요? 손해배상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요?
류하경 변호사: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학생이 수업 받는 일이 ‘업무’가 돼야 해요.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백번 양보해 업무가 된다고 해도 ‘방해’라고 보긴 어렵고요. 노동자들이 집회 소음 기준을 지키고 폭력 행사 등도 안 했다면 불법으로 안 보거든요. 민사소송(손해배상)에선 고소인이 이번 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집회와 정신적 피해와의 인과관계 고리를 본인이 입증을 해야 해요.
[The 5] 수업받을 권리와 노동자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건가요?
류하경 변호사: 노동자가 ‘집회·시위의 자유’나 노동3권 중 ‘쟁의권’을 행사하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나 ‘행복추구권’과 충돌할 수 있어요. 그럴 때 교육받을 권리나 행복추구권을 어느 정도 양보하라는 게 우리 집시법의 취지에요. 시위가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해도 어느 정도 수용하도록 돼 있거든요. 불특정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게끔 하는 게 시위 본질이니까요. 물론 시위를 하면 평소보다 시끄럽겠죠. 그런데 학생들이 조용한 곳에 가서 공부할 수 있잖아요. 학습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진 않는 거죠. 하지만 시끄럽고 공부에 방해되니까 집회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와 쟁의권은 원천 박탈될 수밖에 없어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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