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빼앗고, 때리고, 협박까지..동네후배 괴롭힌 대학생 2심서 '감형'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소년 시절에 동네 선후배와 공모해 10대 남성을 협박하고 폭행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명재권)는 지난달 23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공동상해)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씨(19)에게 원심과 달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B씨, C씨, D씨와 공모해 피해자 E군(18)에게 겁을 줘서 금품을 갈취하고 여러 차례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5월6일 밤 서울 강동구에서 E씨가 대화를 하다가 기분 나쁘게 말했다는 이유로 주차장으로 데려가 다리를 걷어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혐의를 받았다.

A씨 일당은 이튿날 오후에 E군에게 "어제 너와 있었던 일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서 쫓겨났다", "집에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으니까 차비를 달라", "나한테 밥값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전송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또다시 때릴 것처럼 겁을 줬다.

이들은 같은 날 E군을 서울 강동구 모처로 불러낸 후에 손을 들어 때릴 듯한 태도를 취하고 금품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것처럼 겁을 주기도 했다. 이에 E군은 하루 만에 14회에 걸쳐 34만원을 송금했다.

다음날에도 금전 요구는 계속됐다. A씨 일당은 오후 4시30분에도 E군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자 서울 강동구의 주차장으로 데려가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폭행을 했다.

E군이 계속해서 돈을 주지 않자 인근의 철거예정 구역으로 끌고 가서 둘러싼 후 번갈아가며 손바닥과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하체를 걷어차기도 했다. 이 범행으로 E군은 전치 2주의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었다.

A씨 일당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실시간으로 진술 내용을 공유하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피해자 주소를 알아내려 애쓰고 피해자 아버지와 통화가 되자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씨와 B씨, C씨는 함께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 당시 만 17세였던 D씨는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 전력이 있지만 폭력 사건이 처음인 점을 감안해 수원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겁먹은 상태를 이용해 온갖 명목을 붙여 지속적으로 금품 갈취를 모의하고 역할을 나누는 등 돈을 갈취하는 방법이 매우 악질적"이라며 "돈이 더 나올 것 같지 않자 피해자를 철거 예정인 재개발구역으로 데려가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구속영장 심문기일에 임의로 출석하지 않았고 폭행 동기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했다"면서 "동종 및 이종 범죄로 여러 차례 소년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보호관찰 중에 범행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E군이 지난해 9월14일 피고인의 폭행 혐의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했다는 주장이었다. 또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시인하고 있는 점, 상당 기간 구속돼 범행을 뉘우치는 기회를 가졌던 점, 원심에서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범행 당시 소년이었던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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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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