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글로벌 경기침체 그림자..각종 지표 잇단 하락에 우려 확산
기사내용 요약
'경기 풍향계' 구리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져
美 모기지 금리 14년래 가장 큰 하락폭 기록하기도
미 고용 견고하나 둔화 신호도…"채용 철회 늘어나"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최근 경기 부진을 가리키는 지표들이 잇달아 공개되며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0.45㎏)당 3.408달러를 기록해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음날 파운드당 3.572달러로 반등했지만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건설 자재, 전자 등 제조업 전반적으로 쓰이는 구리 가격이 5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구리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기 때문에 '경기 풍향계'로 여겨지며 '닥터코퍼'로도 불린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공급 우려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구리 가격이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는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은 전세계 구리 소비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이미 미국 경제가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제조 및 서비스 부문 활동을 측정하는 S&P글로벌의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주택건설업체 신뢰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파이프, 배선,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구리 수요가 감소한다는 잠재적인 신호라고 WSJ는 분석했다.
또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주간 평균으로 2008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은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지난주 5.7%에서 이번주 5.3%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5.97%에서 5.53%로 하락한 이후 주간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몰리면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지 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번주 한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고용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집계에 따르면 미국 고용주들이 지난달 3만2517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해 2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올 상반기까지 총 감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37% 감소했다. 또 8일 발표될 6월 일자리 동향에서도 27만여개 일자리 증가 등 지속적인 강세가 예상된다고 레피니티브는 추산했다.
CNN은 "미국 노동 시장은 분명히 불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몇주간 넷플릭스, 테슬라, 메타,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이 고용 계획을 철회하거나 해고를 발표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도어의 다니엘 자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미 일부 기업들이 채용을 철회하기 시작했다"라며 "기업들이 경기 둔화를 예상할 때 취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치 침체가 닥칠 경우 결과적으로 정리해고 가능성이 높지만 침체가 완만하면 해고가 억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에 이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연준 고위 인사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지나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과장됐다"며 약 1년 동안 경제를 둔화시키는 것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같은 날 이른바 '연착륙'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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