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힘찬 엔진음과 함께..KF-21, 활주로 가로질렀다

2022.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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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보라매' 지상활주 시험 현장르포
공개임박 KF-21 택싱 직접 보니
"엔진소리 듣는것만도 너무 벅차"
"7월 셋째~넷째주 사이 최초 비행"
방사청 '비행주간'까지 구체적 언급
시제기 비행 6대·구조 2대 완료
KF-21 시제 1호기가 지상활주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천=사진공동취재단]

‘위이이잉’ 커다란 엔진음이 이어폰을 뚫고서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지난 6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KAI) 본사 비행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았다. 현장에 온 50여 명의 취재진과 방위사업청·KAI 관계자들의 시선은 동시에 굉음이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격납고에서 나온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늠름하고 날렵한 위용을 선보이고 있었다. 언제라도 대기를 뚫고 날아오를 기세였다. 이날 KF-21이 공식 미디어데이를 통해서 최초로 언론에 공개됐다.

모습을 드러낸 KF-21은 기체의 폭이 11.2m, 길이는 16.9m. 최근 우리 군이 최근 도입한 F-35보다 몸체가 커다란 모습이었다. KF-21 보라매는 약 1km 가량 되는 활주로를 약 5분간 한 바퀴 돌았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인 표정으로 KF-21이 활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영상 32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격납고 앞에서 시작해 활주로 공간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다시 격납고 앞까지. 짧았지만 긴장된 행사가 끝났다.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본 김남신 KAI 사업관리팀 팀장은 “엔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엔지니어로서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2015년 체계개발을 시작하고 7년. 김 팀장이 쏟은 시간이 한 마디에서 묻어나는 듯했다.

이날 방위사업청과 KAI는 미디어데이를 진행하면서 KF-21 보라매의 지상 활주 시험을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했다. 전문 용어로는 ‘택싱(Taxing·자체 동력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부른다. 항공기 구성품을 검증하고, 항공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것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택싱을 한다는 것은 항공기가 하늘로 뜰 날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 들어 시제 6호기 제작이 완료되면서, 현재 계획했던 비행시제기 6대와 구조시제기 2대는 모두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체계개발 일정 진행률은 62%. 오는 2026년까지는 추가적인 체계개발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만 8조1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정부 단독 개발이 아니다.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에 있어서 ‘국제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비용을 60% 분담하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20%, 국내 업체가 비용 20%를 분담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개발이 완료된 후 KF-21을 IF-X(숫자는 아직 미부여)라는 이름으로 시제기를 공급받는다.

체계개발이 완료된 후에는 2026년부터 양산과 추가 무장시험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우리 군에 80여 대가 배치될 계획이다.

언론에 처음 공개된 KF-21 보라매의 첫 지상주행을 무사히 마친 비행 17년 경력의 안준현 소령(공군사관학교 54기)이 전투기 캐노피를 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천=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방사청과 KAI가 공개한 것은 택싱 모습이지만, 그외 KF-21과 관련해 논란이 된 주제들이 브리핑 자리를 통해 다수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일부 밀리터리 유튜버들과 언론을 중심으로 이슈가 됐던 ‘KF-21 최초비행 연기’가 대표적이다.

브리퍼로 나선 노지만 한국형 전투기사업단 체계총괄팀장은 “7월 셋째에서 넷째 주 사이에 최초비행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의혹이 많이 나오지만) 확실한 날짜를 특정 못해 드리는 이유는 비행 준비·안전 이슈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지난주에 최초비행과 관련한 검토회의를 거쳤고 현재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행정 절차를 추가 진행해야 하는데, 안전과 비행 준비 관련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행정 후속절차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사청은 앞서 제기됐던 KF-21 최초비행 연기 의혹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껴왔다. 확정된 날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예상 주간이 공개됐다는 것만으로도 최초비행 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초 비행에는 6대의 비행 시제기 중 시제 1호기가 사용된다. 비행시간은 약 30~40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만난 KAI 관계자는 최초비행 주안점에 대해서 “7월에는 우기가 껴 있기 때문에 기상 조건을 최대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초비행은 현재 선발된 시험비행 조종사 4명(공군 측 2명, KAI측 2명) 중 한 명이 진행한다. 이어 2026년까지 1000회가 넘는 비행시험이 진행되는데, 방사청과 KAI는 여기에 맞춰 시험비행 종사 숫자를 15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방사청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팀장은 “인도네시아와 협력관계에 있고, 언론에 보도된 대로 아직 KF-21 개발 분담금이 다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아직 체계개발이 다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아주 남아있다.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엔 당연히 시제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팀장은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 KF-21 개발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실제로 비용 문제로 우려는 되지만 잘 준비해 나갈 것”이라면서 “조만간 비용분석과 타당성 평가가 나오고 최종 비용도 공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사청과 KAI는 이날 KF-21 택싱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KF-21 하중 보정 시험 및 구조시험 모습도 동시에 공개했다. 이날 방사청이 공개한 KF-21의 주요 부품 국산화율은 AESA 레이더의 경우 89%, IRST는 37%, EOTGP는 82%, EW Suite는 77%, 엔진은 49%, APU 보조동력장치는 73%다. 사천=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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