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134일, 러군 도네츠크 맹공..본격 공격 재개 '예고편'(종합)

김태규 2022. 7. 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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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도네츠크 요충지 크라마토르스크·슬로뱐스크 겨냥 공습
선(先) 포격-후(後) 점령 패턴 재개…'전면적 공격 전초전'
우크라 전 국방 "소규모 전투를 동시에 벌여야 러에 승산"
러 국방 "뱀섬 우크라군 사살" 수장…우크라 "무사 복귀" 부인
우크라 검찰 "러시아 침공 후 어린이 1000명 사상"

[크레멘추크=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에서 소방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쇼핑몰 잔해를 치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7일 발생한 이번 공격으로 지금까지 최소 18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약 6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2.06.28.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34일째인 7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이 동부 도네츠크주(州) 우크라이나 군 주요 거점에 화력을 집중했다. 도네츠크 요충지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를 잇는 주변 지역을 타격했다.

러시아 군이 도네츠크주 핵심 요충지인 2곳을 중심으로 공격에 나선 것은 돈바스 장악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루한스크주 장악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러시아 군 공세가 곧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先) 포격-후(後) 점령…초기 실패 교훈 삼아 차곡차곡 전진

미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군의 미사일이 크라마토르스크 아파트와 호텔 인근에 떨어졌다"며 "1명이 죽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크라마토르스크는 도네츠크주 주도 역할을 하는 상징적 도시다. 동부 철도 요충지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또 다른 철도 요충지인 리만 서쪽 30㎞ 지점에 있다. 러시아 군의 동부 전선 보급거점인 이지움과도 가깝다. 러시아 군이 크라마토르스크를 장악할 경우 중부 제3도시 드니프로 점령까지 가시권에 두게 된다.

이러한 탓에 러시아 군은 그동안 꾸준히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 공략을 시도했다. 크라마토르스크 북측 10㎞에 위치한 또다른 요충지 슬로뱐스크까지 장악할 경우 도네츠크주 안에 우크라이나 군을 가둘 수 있다.

바딤 랴흐 슬로뱐스크 시장은 "최근 러시아 군의 공격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본격적인 공격 작전이 시작되는 대로 슬로뱐스크 도시 자체를 파괴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슬로뱐스크 북서쪽 20㎞ 지점 보로디우네, 아다미우카, 디브로우네 등 여러 마을을 공격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고 밝혔다.

[도네츠크=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전차 한 대가 이동하고 있다. 2022.06.10.

러시아 군이 로켓 포격과 공습으로 도네츠크 마을을 강타하고 있는 것은 전면적 공격의 전초전(prelude)일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도네츠크 장악을 위한 공격 패턴은 대(對) 화력전을 앞세운 러시아 군이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를 포위 섬멸했던 전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도네츠크에서의 러시아 군의 작전 중단은 완전히 중단된 게 아니며, 더 중요한 공격 작전을 위한 조건 설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공세를 벌였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이런 전술은 침공 초기 수도 키이우 점령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것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화력 우위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조금씩 전진해 승리를 챙겨오는 전술을 반복해서 구사한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포격은 러시아 군의 작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포병은 러시아 핵심 부대로 모든 작전에 빠질 수 없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에 사활을 걸었던 리시찬스크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던 배경에는 오래된 무기와 탄약이 바닥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존 옛 소련제 무기 체계에 의존해 방어하던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 지원 무기체계로 전환을 제 때 못했던 탓에 퇴각을 결정할 수 없었다고 NYT가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고로드뉴크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군은 옛 소련 무기에서 나토형으로 전환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무기와 탄약의 부족 현상을 겪어야 했다"며 "그 틈이 있었는데 그것이 취약성의 순간이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한동안 리시찬스크에서 강건너 세베로도네츠크 쪽 아군의 지원 사격에 많은 포탄을 할애했다. 옛 소련 무기체계에 기반을 둔 우크라이나가 보유 중이던 122㎜와 152㎜ 포탄이 바닥난 이후 화력 대응을 못해 불가피하게 철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표준탄으로 105㎜ 포탄과 155㎜ 포탄을 사용한다. 미국으로부터 공여받은 견인 곡사포 M777도 155㎜ 탄을 사용한다.

특히 자고로드뉴크 전 장관은 "러시아의 전략은 거의 모든 병력을 한 지역에 집중시키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는 그 반대로 여러 소규모 전선에서 동시에 싸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화력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전장을 분산시켜 극복해야만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군은 철수했던 흑해 전략적 요충지 뱀섬(즈미니이섬)을 공격했다. 완전 점령을 위해 상륙 작전을 벌이던 우크라이나 군을 겨냥해 미사일로 타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5시께 우크라이나 군인이 모터보트를 타고 섬에 상륙해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며 "러시아 항공기가 고정밀 미사일로 타격했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군인 일부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자고로드뉴크 전 국방부 장관은 "뱀섬(즈미니이섬) 점령을 위해 우크라이나 해병 73여단 전투원이 상륙작전을 벌이고 있었다"면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은 이들이 기지로 복귀한 이후 떨어져 피해는 없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즈미니섬=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흑해 즈미니섬(스네이크 아일랜드·뱀섬) 인근에 러시아의 세르나급 상륙정, 바지선 등이 침몰한 모습이 보인다. 2022.05.13.

우크라 검찰 "러시아 침공 후 어린이 1000명 사상"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서 100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성명을 통해 지난 2월부터 7일 현재 기준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따라 우크라이나 어린이 347명이 사망하고, 64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어린이 사상은 도네츠크에서 발생했으며, 이러한 수치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크라이나 검찰은 평가했다. 일부 영토가 여전히 러시아의 점령에 있기 때문에 어린이 관련 사상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검찰은 내다봤다.

이와는 별개로 우크라이나 북부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의 러시아 군의 공습도 이어졌다.

올레그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밤사이 러시아 군이 다연장로켓포로 하르키우 인근 네미슐리안 마을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했다고 시네구보우 주지사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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