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맛대로 경찰 주무를까 걱정"

2022. 7. 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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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수사권(1차 수사종결권)을 받아와서 괜히 여론만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결국 행정안전부에 경찰국까지 설치되고. 앞으로 정부 입맛대로 경찰을 주무르지 않을까요."

행안부의 경찰업무조직(경찰국) 신설, 법무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위헌 주장 등 경찰 조직을 뒤흔드는 논란들이 좀처럼 끊이질 않으면서 일선 경찰들의 사기가 점차 저하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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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현장의 경찰들
수사종결권 받아 여론만 나빠져
경찰국 설치 반대가 일반 정서
'검수완박' 업무부담만 늘까 우려
과잉진압 논란·징계 등 위축 요인
지휘부 지역돌며 여론 청취 계획

“작년에 수사권(1차 수사종결권)을 받아와서 괜히 여론만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결국 행정안전부에 경찰국까지 설치되고. 앞으로 정부 입맛대로 경찰을 주무르지 않을까요.”

행안부의 경찰업무조직(경찰국) 신설, 법무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위헌 주장 등 경찰 조직을 뒤흔드는 논란들이 좀처럼 끊이질 않으면서 일선 경찰들의 사기가 점차 저하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시내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 등을 돌며 만난 현장 경찰관들은 최근 사태에 대해 우려하며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서울 A지구대 팀장을 맡고 있는 한 경감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해 반발하는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의 집단 행동을 ‘정치적 행위’로 비난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관련해 “행안부 경찰국은 직협 소속이든 아니든 경찰 모두가 같은 입장일 거다. 찬성하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서울 B경찰서 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 부서에 일이 몰리면서 가뜩이나 젊은 직원들이 오지 않으려 하는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업무 부담이 더 늘까봐 걱정 중”이라며 “최근 논란이 행여 경찰 수사력 논란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관련 논란에 지친 듯 아예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 이도 있었다. 서울 C파출소에서 만난 한 경감은 기자가 행안부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다. 윗사람과 밑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지 않겠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행안부·법무부 등 경찰 외부에서 야기한 논란뿐만 아니라 경찰의 현장 대응력과 관련한 논란도 현장 경찰관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칼을 들고 주택가 골목을 활보한 외국인이 경찰의 경고에도 칼을 내려놓지 않자 테이저건, 장봉으로 제압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로 공개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되는 등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D파출소 소속 한 경위는 “과잉진압으로 여론이 조성되고 징계 절차가 들어가면 아무래도 대다수는 징계를 받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며 “그래서 현장에선 알게 모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E파출소 소속 경감은 “흉기를 버리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요건에 맞으면, 테이저건이라도 쏴서 제압할 수밖에 없는데 일반인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는 있다”면서도 “주취자가 많은 지역은 되레 경찰이 시민에게 맞는 일도 자주 있는데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서울 F경찰서 112상황팀 관계자도 “오히려 경찰이 일반인에게 맞은 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귀찮기도 하고 늘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 지휘부는 8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을 돌며 일선 경찰들을 만날 예정이다. 경찰청 국장급 간부들은 직협 대표들을 비롯한 현장 경찰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는 이와 관련 지난 5일 국가경찰위원회의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듣고 경청하면서 국민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 방법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승연 기자·박혜원·이영기 수습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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