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상 수상자 키스 정 교수 "미래 질병 치료 길 여는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의 실질적 공헌자들은 한국 과학자들"

고재원 기자 2022. 7. 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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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정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삼성호암재단 제공

유전자가위는 생명 정보를 담은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효소를 통해 잘라내는 유전자 교정  기술 중 하나다.  고장난 유전자를 고치는 방식으로 농축산물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1세기가 낳은 가장 혁신적인 생명공학 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유전자 교정으로 유전질환을 치료해도 자손에서 기존 유전질환이 대물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스 정(한국명 정재기·사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동물의 배아 유전자를 교정하고 교정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것을 입증하며 유전자 가위의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연구자로 꼽힌다.

삼성호암재단이 수여하는 2022 호암 의학상을 수상한 정 교수는 1일 화상 인터뷰에서 “유전자 가위는 미래 인간 질병 치료의 핵심”이라며 “유전자 가위 활용으로 생물의학 연구에 파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DNA를 자르고 편집하는 기술이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 배열로 이뤄져 있다. DNA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돼도 심각한 질병을 앓는다.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한 부위의 염기를 잘라내 교정하는 게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여러 유전자 교정 기술 중 2012년 등장해 올해로 10년이 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로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로 주목받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크게 DNA를 절단하는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 '캐스나인(Cas9)'과 절단해야 할 부위를 알려주는 ‘가이드 RNA’로 구성된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동물의 배아에 최초로 도입해 교정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 정 교수는 “교정된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해 전달된다”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유전자 교정 효과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원치 않는 부위까지 잘리는 문제를 최초로 확인하고 이를 실제 세포에서 찾아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현재 이 방법은 학계와 생명공학 관련 산업계에서 표준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정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미래 인간 유전병 치료의 핵심으로 기대하는 것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오작동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엉뚱한 DNA를 잘라내거나, 원치 않는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크피스퍼 유전자 가위는 아직 기초 연구나 농업 혹은 위험 부담이 적은 제약 분야에 주로 쓰이고 있다. 

정 교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Cas9을 조작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오작동을 줄였다. 인간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공로로 지난달 삼성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 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의 어떤 유전자 가위보다 교정 정확도가 높다”며 “또 어떤 교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게 타 유전자 가위 기술과 비교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 교수는 이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이 세계 여러 연구자가 노력한 결과라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돼 왔던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 김대식 성균관대 의대 교수,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이다. 

정 교수는 “현재 한국 연구자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연구에 정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인간 질병 치료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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