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해도 타인과 대화 자연히 들린다면 무죄"

2022. 7. 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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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이뤄진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는 2018년 11월 한 학원 데스크에 앉아 약 1m 거리의 원장실로부터 흘러나오는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 적용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적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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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중인 학원 운영과 관련 타인 간 대화 몰래 녹취
재판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무죄 선고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서 이뤄진 대화"
서울북부지법.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이뤄진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 한 학원 데스크에 앉아 약 1m 거리의 원장실로부터 흘러나오는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동업자인 B씨와 학원생인 C씨 등이 학원 동업자인 D씨의 학원 운영에 대한 불만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 A씨에게 적용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경우 해당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학원 데스크와 원장실 간 거리가 약 1m였던 점, 원장실 출입문이 열려있었고 B씨의 목소리가 컸던 점 등이 A씨가 가청 거리 내에 있었다는 근거로 지목됐다.

재판부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경우, 즉 대화자들로부터 가청 거리에 있는 사람이 청취하거나 녹음한 대화는 대화자들이 가청 거리에 타인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공연히 이뤄진 대화는 타인이 이를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대화자들의 감수 내지 용인의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타인에게 대화를 공개하지 않겠다거나 비밀로 하겠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B씨와 학원생들은 자신들의 대화를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 그 대화 내용을 듣는 것을 용인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A씨의 신청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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