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를 유난히 사랑하는 위정자들에게 던지는 법치의 본 뜻[김유익의 광저우 책갈피]

김유익 재중문화교류활동가 2022. 7. 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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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의 디테일(法治的細節)>
뤄샹(羅翔)

중국 정법(政法)대학의 형법 연구자 뤄샹 교수는 박사과정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사법시험 준비학원의 일타 강사이기도 하다. 그의 형법 기초 온라인 강의가 2020년 중국의 유튜브 비리비리에서 갑자기 인기를 끌며 스타 지식인으로 떠올랐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사법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그의 평론은 가볍게 수천만뷰를 기록한다. 언론과 정치가 온통 ‘법조인판’인 한국에선 신기할 것도 없지만, “변호사와 양의(西醫)는 적게 볼수록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중국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갑작스런 인기의 이유를 묻자 190㎝가 넘는 장신에 용모도 준수하고 말재주도 빼어난 그가 허리를 숙이며 겸손하게 답한다. “중국의 시민들이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것 아닐까요?”

<법치의 디테일>은 작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법률에세이이다. 그의 전작 <형법학강의>처럼 보통사람의 눈높이에서 형법과 법치의 이모저모를 설명한다. 중국의 형법은 전쟁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최초의 형벌은 전쟁의 패잔병, 반란군, 군기문란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었다. 병형동일(兵刑同一) 원칙으로 국가의 외부는 병으로 지배하고 내부는 형벌로 다스렸다 한다.

법률과 도덕의 관계를 논하며, 법치의 근본 전제는 차선 혹은 차악을 택해 최악을 피하려는, 인간성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도덕적 최선을 추구하다 최악을 만들어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현대 형법은 시민의 생명과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왔을까? 중국은 미국처럼 아직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을 개정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사형죄목을 줄이고 있다. 1998년에 68개였으나 지금은 46개가 됐다. 최근에는 강요받은 자백을 증거로 만들어진 유죄가 26년 후 뒤집힌 사례도 있다. 중국도 성범죄나 젠더 관련 사건·사고가 여론의 큰 주목을 받는다. 성중립적인 혹은 여성 피해자 관점들도 형법 개정안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의 n번방 사건도 살펴보는데, 중국에서도 인터넷을 공공장소로 보는 법률적 해석이 이미 내려져 있어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인터넷 신상털기(人肉搜索)”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므로 예전처럼 범죄자나 용의자를 군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은 법이 금지한다. 물론 아직 법과 현실의 거리는 멀다.

뤄샹의 인기는 “국가여 범죄자들을 엄히 처벌하여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라!”라는, 여론의 분노를 선동하고 국가의 권력을 미화하는 것과는 정반대 메시지로 얻어진 것이다. 그는 법치의 정신이자 형법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개인의 징벌이 아니라, 국가의 공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하기 때문이다.

뤄샹이 존경하는 청나라 말기 중국 근현대 법학의 태두 선자번(沈家本)은 법가(法家)와 법치(法治)를 이렇게 구분했다고 한다. “법가는 전제통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서, 민중의 언론자유를 제약한다. 반대로 법치의 중요한 명제 중 하나는 권력을 구속함으로써 민중에게 자유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치를 유난히 사랑하는 한·중 양국의 위정자들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김유익 재중문화교류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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