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난민심사지침 공개 판결 불복.."난민, 보편인권 문제"라던 한동훈 발언 '머쓱'

조해람 기자 2022. 7. 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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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가 파키스탄 라호르의 빈민가에서 식수를 받기 위해 쪼그려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법무부가 ‘난민심사 지침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보공개 청구 소송 1심에 이어 2심까지 패소했음에도 지침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난민단체들은 “법무부가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콩고 출신 앙골라인 난민신청자 루렌도 은쿠카와 그 가족 등이 법무부 장관과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법무부는 지난 5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소송의 발단은 콩고 출신을 박해하는 앙골라 정부의 탄압을 피해 2018년 12월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루렌도씨가 난민심사를 신청하면서였다. 당시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루렌도씨가 난민이 아니라며 입국을 금지하고 난민심사 불회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난민 여부를 따져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루렌도씨 가족과 사단법인 두루는 소송을 제기했다. 루렌도씨 가족은 이 소송 2심에서 승소해 임시 입국허가를 받기 전까지 인천공항에서 9개월 동안 노숙 생활을 해야 했다.

루렌도씨 가족은 소송 과정에서 난민심사 기준과 관련된 지침이 공개돼야 한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침 공개를 거부하자 루렌도씨 가족은 2020년 7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게 됐다.

법원은 난민심사 지침을 공개해야 한다며 연달아 루렌도씨 가족의 손을 들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지난해 10월 “공개될 경우 국익에 영향이 있다고 보여지는 정보들, 구체적인 나라 이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난달 16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7부는 “1심과 대비해 원고가 이긴 부분이 늘어났다”며 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를 더 넓혔다.

2019년 2월21일 루렌도씨 가족이 입국을 거절당한 기간 동안 인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쉬고 있다. 이하늬 기자

법무부는 루렌도씨 소송과 별개로 난민인권센터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도 1·2심 모두 패소했다. 당시 법무부는 2심 패소 후 상고를 포기했고, 난민 관련 지침 중 약 3분의 1 분량인 ‘체류·사범관리 관련 지침’이 공개됐다. 루렌도씨 가족의 소송은 난민신청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절차인 난민심사 관련 내용이 포함된 지침 전체를 공개하라는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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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난민들의 생사가 걸린 일인데도 법무부가 ‘밀실행정’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0.4% 수준으로 지극히 낮은데 난민심사 지침 비공개가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도적 차원의 난민 수용에 대해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므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작 법무부가 난민신청자의 가장 중요한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지침 비공개로 인해 생기는 불이익이 매우 크다. 수많은 난민신청자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며 “1심과 2심을 보면 대단히 복잡한 법리 다툼이 있는 소송이 아닌데도 법무부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지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난민심사에서) 세부기준은 물론이고, 대략적으로라도 어떤 점을 봐야 한다는 점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비공개 자체가 유엔 난민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992년부터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해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침 공개로 구체적인 심사 기준 등이 알려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 난민심사 업무 수행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어 상급심의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난민 수용에 관해 밝힌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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