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는] '거짓말'에 발목 잡힌 영국 총리의 '불명예 퇴진'

이승훈 2022. 7. 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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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단 추문과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던 정치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했습니다.

한 달 전 신임투표로 위기를 돌파하는가 했지만, 장관들의 줄사퇴로 내각 붕괴 위기까지 맞으면서 결국, 취임 3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국제부 취재기자를 연결합니다. 이승훈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취임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고요?

[기자]

존슨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실 앞에 나와서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렇게 성과가 많고, 할 일도 많으며, 여론 조사에서 약간 뒤지는 걸 가지고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해 고통스럽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 비록 가족과 측근 앞에서 차분한 연설을 이어갔지만, 총리실이 있는 다우닝가와 이어진 대로변에는 몰려든 시위대의 야유가 거리를 진동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집권 보수당 대표직의 사임에도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한다고요? 이건 어떻게 된 일이죠?

[기자]

영국은 왕이 있는 의원내각제 국가입니다.

그래서 다수당 대표가 되면 여왕이 임명하는 형식을 빌어서 총리가 되는데요.

절차가 좀 있습니다.

먼저 당 소속 의원 8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사람끼리 대표경선을 하고요, 이어서 후보자가 2명으로 압축되면 그때 전국의 당원이 참여한 투표로 당 대표를 뽑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끝내려면 빨라야 10월 초가 될 텐데, 그때까지는 자신이 말 그대로 '임시 총리'직을 맡을 거라고 존슨 총리는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존슨 총리의 당 대표 사임의 이유는 '파티게이트'가 불을 당겼다면, 성 비위 측근에 대한 거짓말이 결정타가 된 거겠죠.

[앵커]

그렇습니다.

존슨 총리는 정치 입문 전부터도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긴 했지만 언제나 오뚝이처럼 잘 빠져나가곤 했다는 게 영국 언론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파티게이트에, 여기에 겹친 물가 급등으로 영국 서민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결국, 좌초했습니다.

파티게이트는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그때 총리가 방역규정을 어기고 파티를 한 사실을 말하는데요.

물론 존슨 총리는 본인도 코로나에 걸려서 한때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보도도 있었죠?

뭣보다 문제는 솔직함 대신 이걸 거짓말로 덮고 덮다 결국, 영국 국민에게 믿지 못할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터지자 전 세계 어떤 지도자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여론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때뿐이었고, 지난달 6일 신임투표에서 겨우 살아남기는 했지만,

곧바로 측근의 성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주요 보직에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화가 난 장관들이 줄줄이 사퇴하자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앵커]

존슨 총리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정리해 볼까요?

[기자]

항상 흐트러진 머리에 좀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와는 정말 다른 인물입니다.

명문 학교 출신이고요.

대중의 인기로 성공한 정치인입니다.

런던 시장을 했고, 메이 전 총리 밑에서 외무 장관을 하다가,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라는 정치 도박으로 메이 전 총리를 불명예 퇴진시키고 총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중의 인기는, 국민들이 심각한 인플레와 코로나 후유증에 허덕이는 지금 총리로서 진지하지 못하다는 비난으로 바뀌었고요 심지어 '광대'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부인은 23살 어린 '세 번째 부인' 캐리 여사인데요.

부인 역시도 국정 개입 의혹 논란 등으로 자주 영국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앵커]

하지만 존슨 총리의 사임 연설에서는 '파티게이트' 등에 대한 사과는 찾기 어려웠다고요?

[기자]

존슨 총리 한 마디로 보수당 의원의 집단적인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다는 점만을 강조했습니다.

말씀하신 이른바 '파티 게이트', 또 이번 사퇴의 결정타가 된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 임명과 이어진 '거짓말 논란'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런 사람에게 새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과도 정부의 임시 총리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물러나지 않으면 내각 불신임 추진도 불사하겠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의견은 여당인 보수당에서조차 나오고 있는데요.

존 메이저 전 총리는 "총리가 자신의 내각, 정부, 그리고 의회 정당 지지를 잃은 채 최대 3개월 동안 자리를 지키겠다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것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더 총리를 하겠다는 존슨의 마지막 희망마저 지금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이승훈 기자와 함께 파티게이트와 거짓말로 3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앞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임 소식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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