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울퉁불퉁 새끼 손가락, 가장 예뻐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리니스트)
날씨는 습하죠. 정치뉴스, 경제뉴스, 뭐 하나 좋은 건 없죠. 이렇게 스트레스 지수 올라갈 때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치유해줄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뉴스쇼 아침 라이브, 오랜만에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두 번의 아침 라이브는 피아노 연주를 들려드렸는데요. 오늘은 바이올린입니다. 과연 어떤 분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화면 재생) 이 정교하면서도 강렬한 연주의 주인공,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오늘 뉴스쇼 아침 라이브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사)
◆ 강주미>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반갑습니다. 우선 저쪽 카메라를 좀 보시면서 저희 뉴스쇼 청취자들께 직접 인사 한 말씀 하시겠어요.
◆ 강주미> 네 안녕하세요. 바이올리스트 강주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아니 클라라 주미 강, 사실은 저는 이제 계속 클라라 주미 강 씨, 클라라 주미 강 씨 이렇게 불렀는데 좀 길어요. 하나를 딱 뽑아서 호칭하자면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습니까?
◆ 강주미> 한국에서는 강주미가 제일
◇ 김현정> 주미 강도 아니고 강주미. 갑자기 궁금증, 어떻게 클라라 주미 강 씨가 되셨어요?
◆ 강주미> 태어났을 때 독일에서 태어나서 이제 어머님 아버님 두 분 다 음악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음악인의 이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해서 클라라 슈만에서 (따와서) 클라라가 됐고요. 나중에는 강주미로도 활동을 사실 했었는데 자꾸 이름이 언니랑 조금 겹쳐서
◇ 김현정> 언니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 강주미> 강유미 씨인데요.
◇ 김현정> 외국에서는 주미, 유미가 이렇게 J도 U로 발음이 많이 되니까.
◆ 강주미> 클라라를 계속 지금까지 고집을
◇ 김현정> 그래서 클라라 슈만의 클라라와, 언니와 헷갈리면 안 되니까 또 이렇게 하다 보니까 클라라 강주미 씨. 세 살에 바이올린 시작, 네 살에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 다섯 살에 함부르크 심포니와 협연, 세상에 다섯 살에.. 그리고 일곱 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 일곱 살에. 이게 지금 제가 지금 읽은 프로필이 다 맞는 거예요?
◆ 강주미> 네, 근데 줄리아드는 워낙 어린 영재들을 제일 처음이자 많이 키운 학교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이 제한이 없었고, 사실 우리나라 음악가들 중에서도 어린 나이부터 줄리아드 영재로 갔던 분들이 많으세요. 제 선배님들 중에서도. 음악 세계 안에서는 좀 그렇게.
◇ 김현정> 일곱 살인데?
◆ 강주미> 네 많았어요. 제 친구들도 많았고.
◇ 김현정> 저는 이제 그때 손수건 가슴에 달고 유치원 간 나이에 (웃음) 주미씨는 줄리어드에 가서 바이올린을 하고 협연을 하셨어요. 유럽의 오케스트라랑, 그러던 영재가 12살에 학교에서 농구를 하던 중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셨어요.
◆ 강주미> 네
◇ 김현정> 세상에.. 당시에 대여받았던 고가의 바이올린을 반납하고, 원래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협연이 있었는데 그것도 무산되고, 다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으셨어요.
◆ 강주미> 사실 그날은 정말 뭐 바이올린보다는.. 여기가 신경이 있는 부분이어서 신경이 평생 돌아올 수 있는지가 더 걱정이었고
◇ 김현정> 아, 연주가 문제가 아니라 신경이 살아나겠는가?
◆ 강주미> 저 앞에서는 이제 병원장님께서.. 그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그런 말씀을 안 하셨고.. 이제 제가 한 일주일 후에 듣기로는 그날 밤에 '무슨 연주는 무슨 연주냐고, 그냥 이거 신경 돌아오게끔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된다'고
◇ 김현정> 세상에.. 아니 바이올린은 이 손가락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 얘기를 그럼 듣고는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좌절하셨어요.
◆ 강주미> 네 근데 어린 나이여서 극복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뼈도 그렇고 만약에 지금 저한테 그런 게 찾아온다면 정말 악기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때는 생각보다 뼈도 3년 안에 아물었고, 물론 형태가 조금 이상하긴 해요. 좀 이렇게 보면 휘어져 있는 손이어서 그렇긴 하지만 또 방법을 찾더라고요. 세 번째 손가락을 좀 더 쓴다거나, 손이 다행히도 잘 벌려지는 손이어서
◇ 김현정> 새끼가 잘 안 움직이면 셋째로 하면 되지 이런 생각 가지신 거예요?
◆ 강주미> 지금 생각하니까 그런 거고 (웃음) 그때는 좌절할 만큼 하고, 근데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더 애착이 생긴 것 같아서 항상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렇게 말하자면 정말 어려웠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바닥으로 가는 듯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클라라 주미 강의 소리는 더 깊어진 걸 수 있어요. 그 어려웠던 기간 동안에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작곡도 하고 오히려 다른 걸로 또 이렇게 충족할 수 있는
◆ 강주미> 음악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결국은 악기로 노래를 못하니까 노래를 잠시 했었고, 다시 악기가 생기니까 노래가 생각이 안 나고 (웃음)
◇ 김현정>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인생이라는 게 보면 아주 절망까지 가는 시간 속에서도 상황 속에서도 뭔가 또 긍정의 에너지를 찾아서 또 그거를 희망으로 바꿔내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중에 보면 행복해지고 성공하고 그런 게 아닌가.. 자 그렇게 해서 2004년에 고국에 와서 한예종에서 학사와 석사를 하고 2009년 서울 국제 콩쿠르,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센다이 콩쿠르 다 우승, 그리고 독일에 거주하면서 지금은 전 세계를 누비면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미강 씨의 연주를 여기서 라이브로 한번 들으면, 여러분 아마 들으시면서 이 클라라 주미강의 인생이 여기에 이렇게 담겨 있구나 아마 느껴지실 거예요. 오늘 저희가 무대를 준비했거든요. 지금 한 곡 좀 들려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떤 곡 준비하셨을까요?
◆ 강주미> 오늘 제가 좋아하는 파가니니 카프리스 중에 11번.
◇ 김현정>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11번으로 준비하셨어요. 지금부터 청해 듣겠습니다.
(연주)
◇ 김현정> 와~ 너무 좋다.
◆ 강주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 바이올린 한 번만 좀 보여주세요. 사실은 바이올린이 연주자들한테는 뭐라고 해야 되죠, 생명 같은 거, 너무너무너무 중요한 거잖아요. 어떤 악기입니까? 우리 주미 씨가 쓰는 건.
◆ 강주미> 1708년 스트라디바리우스고요
◇ 김현정> 1708년에 만들어진 거예요? 세상에
◆ 강주미> 너무 예쁘게 생겼죠.
◇ 김현정> 예쁘고, 소리 한 번만 이렇게
◆ 강주미> 울림이 있죠. 줄을 어제 갈아서 울림이 달라요. (웃음) 그리고 약간 센 소리가 나요. 협연한 며칠 후이기 때문에 한국 도착하자마자 줄을 가는데, 원래 줄을 갈고 한 며칠은 조금 센 소리가 나다가 이제 점점 줄이 늘어나면서 소리가
◇ 김현정> 그 바이올린에 따라서 음색이 같은 연주자가 연주를 해도 다 다른 거예요?
◆ 강주미> 그런 것 같아요. 조금 악기가 가진 그런 성격은 변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조금 음색이 바뀌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1708년산 바이올린은 어떻게 가지게 되신 거예요?
◆ 강주미> 이건 7년 전에 저와 시작했는데 삼성문화재단에서 후원을 해주세요.
◇ 김현정> 삼성문화재단에서 그러면 이거를 대여하는 형식?
◆ 강주미> 네.
◇ 김현정> 뛰어난 연주가들에게 대여, 그러면 10년 20년 아니면 평생?
◆ 강주미> 장기간은 아닌 걸로 알고 있고요 지금은 운 좋게 7년째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엄청 귀한 거군요. 제가 '잠깐 좀 무거우시면 제가 좀 들어드릴게요' 이러면 안 되겠어요. (웃음)
◆ 강주미> (웃음) 네, 저희가 남한테 절대 주면 안 되는 걸로 돼 있죠. 삼성문화재단뿐만이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는 대부분 대여받고, 특히 고악기는 계약서에 대부분 그런 것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주면 안된다, 야외 무대에서 하면 안된다, 온도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한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게 그러면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가치인지 모르겠어요. 워낙 가치가 대단해서 대충 어느 정도로 알고 계세요?
◆ 강주미> 이 악기의 가격은 모르겠고,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지금 또 가격이 워낙 더.. 들으시면 조금 놀라실 거예요. 저희 윗세대 선배님들 같은 경우는 진짜 연주를 열심히 하면 사실은 살 수 있는 가격이었는데 이제는 엄두도 못 낼 가격이 됐어요.
◇ 김현정> 저는 전혀 그 세계를 몰라서 감히 안 잡히는데
◆ 강주미> 제가 알기로는 한 30억부터 시작해요.
◇ 김현정> 시작이 30억?
◆ 강주미>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초기, 황금기, 후기, 이렇게 기간이 다른데 진짜 오래 사셨어요. 거의 90살까지 사신 걸로 알고 있고 악기를 한 500대를 만드셨는데, 그중에 이제 연주를 직접 할 수 있는 그런 상태인 악기는 한 300대로 알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1708년이면 황금기거든요. 그러면 가치가 더 올라가는 그 사람의 전성기.
◇ 김현정> 그러니까 스트라디바리우스 전성기 때 악기니까 정말 귀한 걸로 귀한 연주를 하고 계시는군요. 잘 내려놓으세요. (웃음)
◆ 강주미> 닫아놔야지 (웃음)
◇ 김현정> 음악적인 동료들도 있잖아요. 손열음 씨, 김선욱 씨.. 다 친한 친구고 동료인데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 강주미> 저희의 인연은 이제 한예종 덕분이고요. 손열음 선배님은 2002학번이시고 저랑 김선욱 씨는 동기예요. 김선욱 씨가 저보다 한 살 아래인데, 3년 영재, 2년 영재.
◇ 김현정> 그건 뭐예요. 2년 영재?
◆ 강주미> 저희 학교가 아마 3년 영재가 맥시멈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3년 영재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오는 거죠. 2년 영재는, 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1학년만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으로.
◇ 김현정> 바로 그 친구들, 동료들이 굉장히 힘이 될 것 같아요.
◆ 강주미> 특히 손열음 감독님이나 김선욱 씨는, 그러니까 한예종 때 만났던 친구들은.. 제가 한국에 2004년 초에 이사 왔거든요. 그리고 3월에 입학을 했고, 그 때문에 제일 오래된 친구가 아닌가.
◇ 김현정> 그때는 막 한국말도 서툴었어요?
◆ 강주미> 아 많이 서툴렀죠.
◇ 김현정> 그럴 때 다 도움 주고, 아니 얼마 전에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 물론 악기는 전혀 다른 악기지만 선배로서 보시면서 어떠셨어요?
◆ 강주미> 저는 파이널로 올라가시고 나서 제가 2차 무대를 리스트 하나 봤을 거예요 소품집을 봤는데 너무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주미 씨가 보기에도?
◆ 강주미> 몰입도, 저희는 터지는 것보다 끝까지 이렇게 미루다가 필요한 순간에 이렇게 딱 터뜨려야 되는 그걸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18살에, 저는 이제서야 그것도 아직도 연습하고 있는데.. 너무 좋았어요.
◇ 김현정> 천재가 또 천재를 봐도 그렇게 기분이 좋군요.
◆ 강주미>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 김현정> 어디 가든지 한국인들이 이렇게 음악 잘하고 인정받고 이거 기분 정말 좋아요. 우리가 진짜 흥이 있는 민족인가 봐요.
◆ 강주미> 리듬감도 좋고.
◇ 김현정> 리듬감 좋고, 케이팝 케이 클래식 다 되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클라라 주미강의 꿈은 뭔가요? 물론 지금도 많이 이루었습니다만 그다음 꿈은 뭐예요?
◆ 강주미> 저는 조금 병적으로 계획을 안 짜는 편이어서, 계획을 하는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웃음) 그래서 일부러 제가 할 수 있는 계획은 항상 준비된 연주자가 되는 거. 그래서 저한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항상 나의 제일 좋은 컨디션으로 그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그거 하나가 제가 그나마 지키는 계획이고 나머지는 이제 그다음 연주만 바라보고 이렇게.
◇ 김현정> 오늘 좋은 연주 들려주셔서 너무 좋고요. 너무 감사드리고요. 7일하고 8일 양일간 공연이 예정돼 있죠?
◆ 강주미> 7일은 안동, 그리고 8일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두 차례.
◇ 김현정> 어떤 곡 들려주실 예정이세요?
◆ 강주미> 네 저는 생상 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고요. 독일 오케스트라로 굉장히 오랜만에 내한하게 돼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쾰른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그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좋은 연주, 그 전성기의 최고의 연주 많이 들려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강주미>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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