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사건 '군 기밀 정보망 삭제' 논란..합참 "원본 있다" 반박
민주당TF "MIMS 삭제 외부 알려진 것 자체가 보안사고..조사 필요"
군 당국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수집했던 초기 기밀정보 일부를 군 정보 유통망에서 삭제했던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진 월북' 논란에 이어 '기밀 삭제' 의혹으로까지 공방이 확전되는 양상입니다.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첩보 보고서 삭제 혐의로 고발했고, 군 정보 유통망에서도 이 사건 관련 기밀정보가 무더기로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공무원 피격 사건 직후에 예하 부대와 실시간으로 첩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유통망에서 관련 기밀정보가 삭제된 것을 둘러싸고 '월북 추정에 힘을 싣게 하려는 의도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민감한 정보의 불필요한 전파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삭제된 정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밀정보를 삭제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박 전 원장은 "왜 바보짓을 하겠느냐"며 부인하고 있어 혐의는 수사로 가려질 전망입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탑재된 기밀정보 일부가 2020년 9월 23~24일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MIMS는 사단급 이상 부대 간 군사 정보를 관리하는 군 내부 정보 유통망으로 정보의 성격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의 정보 수장이 다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앞서 야당은 국정원이 박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군 정보 유통망인 MIMS 삭제와 관련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국정원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국정원은 어제 언론에 배포한 입장자료를 통해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에 탑재되어 있거나 이를 통해 관리·유통되는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고발한 것이 아니다"면서 "고발 내용은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혐의가 MIMS와 무관하고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가 담긴 '보고서'와 관련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군 관계자는 "MIMS에 유통된 정보 삭제는 관리자만 할 수 있다"며 공유 기관이 삭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2020년 9월 23~24일 이씨의 실종이 월북 추정으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MIMS에 올려진 군의 기밀정보 일부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공보실장은 '무단 삭제가 아니라 절차에 따른 조처였느냐'는 질문에 "필요에 따라 행해진 조처라고 보면 된다"며 "원본은 삭제된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필요한 조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예하 부대로까지 전파했던 민감한 첩보 내용을 MIMS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하부대에서 볼 수는 없지만, 원본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입니다.
당시 삭제된 문서 중에는 1·2급 같은 대외비 등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군은 이런 기밀 삭제 행위가 일반적인지에 대해 군 당국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등 이유로 말을 아꼈습니다.
특히 감사원 과정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 등 지휘라인에 있는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이씨 유족 측은 서 전 장관과 이 전 본부장을 오늘 MIMS에서 기밀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입니다.
이날 야당 TF와 면담에 참석한 군 관계자는 "야당TF와 면담에서 국방부는 과거에도 삭제가 이뤄진 적은 있었으나 실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기밀 정보도 삭제된 사례가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습니다.
TF 단장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당국자들과 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MIMS는 고도로 비밀을 요구하는 SI(특별취급정보) 2급 체계"라며 "문서 삭제나 배부선 조정 등 활동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사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방부가 관련 내용을 자체 조사하겠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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