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여성 연예인을 쓰는 법 ①♥ ②kg ③○○맘[헤드라인 속의 'OO녀']

조형국 기자 2022. 7.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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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ㅇㅇㅇ, 애둘맘의 54kg 인증 “아침 공복 몸무게”

최근 한 온라인 연예매체가 여성 연예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근황을 보도한 기사 제목은 한국 언론이 여성, 특히 여성 연예인을 대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22년 언론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의 모습은 여전히 전형적이고 차별적이다. 여성 연예인을 다룬 기사들은 ①외모는 있지만 사람은 없고 ②하트는 있지만 사랑은 없고 ③관계는 있지만 개인은 없다. 여성 연예인들의 비극적 사건 이후 자성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악플’의 온상지였던 포털 연예뉴스 댓글란이 없어지고, 선정적 키워드가 붙었던 연관 검색어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선정적 기사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7월4일 네이버 뉴스에서 ‘애둘맘’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화면 | 네이버 뉴스 갈무리

“저를 사람으로 생각해주시고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옷을 반만 입은 적이 없습니다.” 지난 5월 배우 A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기사를 쓴 기자에게 말했다. 어떤 기사는 그를 두고 “일본 가더니 옷을 반만 입었네”라고 했고 또 다른 기사는 “가슴골 드러낸 ○○좌, 일본 가더니 아찔해졌네”라고 했다. A씨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해당 기사들은 삭제됐다. A씨의 대응은 예외적인 경우다. 다른 여성 연예인들의 기사에서는 ‘노브라’ ‘노출’ 등 여성 연예인만 따라다니는 신체·외모 관련 표현이 여전하다.

체중은 유독 여성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연예 기사의 주요 정보다. 빅카인즈에서 수집한 10대 전국 일간지의 2022년 상반기(1월1일~6월26일) 헤드라인 중 사람의 몸무게를 의미하는 단위 kg이 등장한 것은 총 135회였는데 이 중 여성의 몸무게가 64.4%(87건), 남성의 몸무게가 35.6%(48건)였다. 내용상의 차이도 뚜렷했다. 남성의 체중은 건강상 문제로 감량해야 하는 것이거나 아파서 증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체중은 줄어야 하는 것이었다. 제목에서 여성의 체중이 줄어들 경우 자주 등장하는 다른 단어는 ‘성공’ ‘탄탄’ ‘비결’ 등이었다.

전국 일간지 10개 매체의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의 빈도수

혼인 또는 연애 중인 여성 연예인은 그 관계가 자신의 정체성이 된다. 이를 함축한 표현이 여성 연예인 기사에 따라붙는 ♥(하트)다. ♥는 전국 10개 일간지(2018년 이전 자료가 없는 조선일보 제외)의 10년치(2011~2021년) 헤드라인에서 총 1만1906회 등장했다. 서울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가 24%씩 차지해 ♥를 가장 많이 쓴 언론사로 집계됐고 중앙일보(17.9%), 국민일보(6.5%), 동아일보(2.6%)가 뒤를 이었다. 최근의 ♥ 상위권 역시 단연 세계일보·한국일보다. 2021년 총 951회 중 절반 이상이 세계일보(51.5%)고 나머지는 한국일보(42.9%), 국민일보(2.3%), 서울신문(1.5%) 순이었다.

♥는 주로 남성의 이름이나 직업에 붙는다. 여성 연예인과의 관계(배우자·연인·딸 등)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2021년 세계일보 헤드라인의 490회 ♥를 분석한 결과 여성 연예인이 주인공인 기사에 ‘♥+남성’을 붙인 경우가 227건(46.3%), 남성 연예인과 ‘♥+여성’이 132건(26.9%), 부부·연인 모두를 지칭한 경우가 122건(24.9%)이었다. 절반 가까이는 필요가 없는 경우였음에도 ♥가 남성을 호출했다. ‘사업가♥’ ‘검사♥’ ‘치과의사♥’처럼 배우자·연인이 직업으로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누군가의 배우자·연인·딸이 아닌 여성 연예인은 ‘어머니’로 표현된다. 최근 유행하는 표현은 ‘애둘맘(애셋맘, 애넷맘 등)’이다. ‘아이가 둘인 어머니’를 뜻하는 애둘맘은 그 자체로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지만, 여성 연예인과 결합하면 성차별적 표현이 된다. ‘양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비판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다.

연예 매체 헤드라인의 애둘맘들은 소위 ‘엄마 같지 않아야’ 애둘맘이라 불린다. ‘애둘맘 맞아?’ ‘애둘맘인데도’ 등의 표현이 주로 몸매나 미모, 패션 또는 자기관리 등의 단어와 붙어있다. 애둘맘이 ‘엄마인데 동안인’ ‘출산했는데 날씬한’처럼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강화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이다.

칭찬을 빙자한 외모 평가는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지은 서울 YWCA 활동가는 “노처녀·된장녀 등의 차별 표현은 줄었으나 소두·개미허리·애플힙처럼 여성의 신체·외모를 강조하고 대상화하는 표현은 보다 노골적인 형태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며 “칭찬받을 만한 외모여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박을 만든다는 점에서 과거의 성차별적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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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속의 ‘OO녀’] 취재팀

다이브(Dive) 조형국 ·이수민 기자, 플랫(flat) 이아름 기자, 디지털뉴스편집팀 신지혜 기자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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