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희생양' 부각 결사항전 나설듯
윤핵관 그룹과 갈등 끝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
"윤리위 형평성 이의제기, 징계처분 보류할 것"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징계처분을 보류할 것”이라며 당 윤리위원회의 형평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워 결사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희생양’ 강조 결사항전 나설 듯
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내린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따라 이 대표는 내년 1월 초까지 당 대표로서 직무를 수행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현직 당 대표가 사실상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로 정치생명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날 이 대표의 징계는 이 대표 측 김철근 정무실장이 지난 1월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유치’를 대가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유튜브 방송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윤리위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한 지 78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인 지난 7일 밤 소명을 위해 윤리위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면서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하던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윤리위 징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이날 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 이 대표는 “당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 .징계처분을 보류할 것”이라며 당 윤리위원회의 형평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윤리위 배후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지목해하며 부당성을 강조한 그는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워 결사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 및 2030 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비롯한 여론의 향배 등이 이 대표의 기사회생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이 대표 중징계 결정 효력의 발동시기나 그 형태, 그리고 징계 수위 자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놓고도 당내 갈등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 대표의 예정된 임기는 일단 내년 6월까지다. 이날은 이 대표가 취임한 지 1년 27일째 되는 날이다.
●‘30대 당수’로 화려한 등판, 이후 갈등의 중심
1년 전인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헌정사상 첫 30대(36세) 당수로 화려하게 등판했다. ‘0선 30대 당수’의 출현은 그야말로 파란이었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고, 그가 주도하는 보수 혁신과 당 개혁 방향에 정치권과 여론이 관심을 기울였다. 이준석호의 출범은 2017년 탄핵사태 이후 궤멸되다시피 했던 보수진영의 정권교체를 위한 변화와 쇄신의 몸짓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 오른 뒤 공천자격심사제 도입 등 각종 개혁 과제 추진에 속도를 냈고, 정체상태였던 당 지지율도 회복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정당의 취약지대였던 2030 청년층 지지기반을 확대한 게 무시못할 공이다.
그러나 특유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논쟁을 주도하며 당 안팎 갈등의 한가운데에 섰다.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의힘에 싸늘했던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견인했지만, 반대로 이는 ‘이대녀’(20대 여성)의 이탈을 불러와 중도 및 진보 진영 등으로부터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샀다.
‘미래 보수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는 3·9 대선 경선 준비 과정에서는 당내 친윤 그룹과의 파열음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범보수야권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윤석열 대통령과는 입당 과정부터 마찰을 빚었다. 윤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을 필두로 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과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 대표는 장 의원 등과 인선 문제를 두고 계속 잡음을 빚었고, 급기야 대선 본선 기간 당무를 중단하고 지방으로 잠행하는 ‘당대표 패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는 ‘화해의 제스처’로 파국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갈등을 온전히 봉합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도 비슷한 양상의 갈등은 반복됐다. 이 대표와 친윤 그룹 사이에서 켜켜이 쌓여온 앙금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두 달여 간 계속된 ‘집권여당 집안싸움’의 서곡이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에 이어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뒀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이 대표의 기여 여부를 놓고서는 당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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