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주사위는 던져졌다..尹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이원석 기자 2022. 7. 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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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징계 후폭풍,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거론
친윤계, 당권 장악하며 '원팀' 강화 시도..지지율 악재로 작용할 수도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집권여당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된다. 당 윤리위가 자당 대표의 대표직을 사실상 박탈하는 초유의 징계 사태가 벌어졌다.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본질은 사라지고, 세력 간 다툼이 더욱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빈자리는 순순히 누군가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혼란 또 혼란이 반복된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회의를 열었다. 8시간 가까이 지난 7월8일 새벽 2시46분 이준석 당 대표의 당원권을 6개월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항의하는 건 윤리위가 아니라 그 뒤편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배후에 친윤(親윤석열)계 중에서도 핵심들을 뜻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윤계는 부인한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도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7월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본인 의혹과 관련 소명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몇시간 지난 새벽 윤리위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 윤리위가 도마에 올린 건 성상납 의혹을 받는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등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지난해 12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직후 이 대표가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을 대전으로 내려보내 사건 관련자와 접촉했고, 이후 7억원 투자유치 각서 작성 등을 통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이다. 윤리위는 6월22일 회의를 열고 김 실장을 불러 소명을 들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두 번째 회의에 앞서 정치권에선 여러 전망이 나왔다. 당원권 정지 등 중징계 이상의 판단이 나올 거란 관측이 많았으나, 후폭풍을 우려해 '경고' 정도로 끝내거나 경찰 수사 이후로 결정을 보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부 제기됐다. 

그러나 윤리위는 단호했다. 이날 이양희 위원장은 국회에 마련된 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예상에 없던 입장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 해체할 권한이 당 대표에게 있다' 등의 발언들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당 대표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라는 말들도 많이 있다. 윤리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윤리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리위는 이날 이 대표를 불러 2시간50분 동안 소명을 들었다. 이 대표는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으나, 위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결국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의결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기록을 세운 이 대표는 이제 최초로 당 윤리위의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

이 대표, '윗선 개입' 의혹 빌미로 친윤계와 정면충돌 예고

국민의힘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원권 정지를 받은 이 대표는 정상적인 대표직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다. 리더십엔 분명히 상처가 생겼다. 무엇보다 이를 명분으로 그동안 대립해 왔던 친윤계의 사퇴 요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윤리위의 결정에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친윤계가 윤리위의 징계 판단을 매개로 이 대표에 대한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세력이 없는 이 대표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어떤 수위로든 징계 결정이 나온다면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하지 못한다면 (사퇴) 요구나 그런 것들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도 쉽게 물러서지만은 않을 태세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 징계 심의 착수 이후 당원권 정지 결정을 포함해 윤리위 판단의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이 대표 측의 전략은 '불수용'이다. 이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당 관계자는 "경고는 물론 당 대표의 리더십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윤리위 판단에 대해선 조금도 수용하지 않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한 강경 대응엔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방안들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대표 관련 의혹 제기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건 관련자 녹취가 윤리위 회의 도중 JTBC에서 보도됐다. 상황은 더욱 혼탁해질 전망이다. 윤리위 소명을 위해 7월7일 카메라 앞에 선 이 대표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울먹이며 "공교롭게도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아까 그 보도를 보고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제가 지금 가서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걸 할 마음이나 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윗선 개입 의혹을 대응의 강력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7월7일 이준석 대표 징계 심의를 위한 윤리위 회의에 참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친윤계, 차기 공천권 행사할 당권 장악에 나설 듯

다소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의 탈당 및 신세력 형성, 그에 따른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당내 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2030 남성이라는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곤란에 빠트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위협적이란 평가다. 대선과 경기지사 경선에서 연달아 패하며 윤 대통령 측에 불만을 표했던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당내 비주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현재 역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과 연계될 수도 있다.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 당 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재명 의원에 대항하는 민주당의 비명(非이재명) 세력과 손잡고 또다시 제3세력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대표 측도 아직까지 탈당 등 극단적 방안까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투쟁하더라도 우선은 당내에서 싸우는 그림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일단은 사퇴하고 한발 물러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갯속이다.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기 전당대회를 연다. 다만 선출된 새 당 대표는 기존의 남은 임기만 수행한다. 이 대표의 본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새 당 대표의 임기는 약 10개월이 채 되지 않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친 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가 오히려 더 큰 잡음을 만들었던 경험도 정치권엔 숱하다. 따라서 최근 당내 일각에선 당헌·당규를 개정해 조기전당대회를 열고 2년 임기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를 뽑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얘기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것도 차기 당권의 무게와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다음 총선까진 2년도 남지 않았다. 차기 권력이 공천 권력을 거머쥔다는 뜻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현재 안철수 의원, 김기현 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차기 당권 출마자로 거론된다. 대부분이 친윤계다. 현재까진 안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단일화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직을 지내며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에 비교적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안 의원과 윤 대통령도 신뢰 관계로 다져진 사이는 결코 아니다. 대표적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퇴장은 윤 대통령 세력의 전면적 등장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윤 대통령에게 약이 될지는 섣불리 단정키 어렵다. 지지율 하락의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 이미지를 더 부추기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큰 탓이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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