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나라 살림 허리띠 졸라맨다 [한강로 경제브리핑]

박현준 2022. 7.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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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난 5년 간 재정 크게 악화"..'건전 재정' 대전환 선포
2027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목표 50%대 중반 책정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수준 -3.0% 이내 감축
5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성공..'쌍둥이 적자' 우려는 계속
금융위, 금융소비자 보호 입법 예고.."고위험 상품 권유 불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서원구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25년까지 국가채무비율 58%)보다 더욱 엄격하게 나랏빚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한 새로운 재정준칙을 마련하고, 과감한 지출구조조정 정책을 편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는 문재인정부 5년간 이어진 확장적 재정 운용에서 벗어나 당장 내년 예산안부터 ‘긴축 재정’에 돌입한다. 

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새 정부 5년간의 나라 살림을 논의하는 회의로, 이날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9월 초 2023년 예산안과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발표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2017년 600조원이었던 국가채무가 400조원이 증가해 올해 말이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의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민간 주도의 한국경제 재도약 뒷받침’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재정 운용 방향의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 적극 뒷받침 △건전 재정 기조 확립 △강력한 재정 혁신 △재정비전 2050 수립·추진을 4대 정책 방향으로 삼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우선 정부는 건전 재정의 기조를 위해 2027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목표를 50%대 중반으로 잡았다. 이는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목표(2025년 58%)보다 2년 이상 채무 증가 속도를 늦춘 것으로, 지난 5년간 국가채무비율 증가폭(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국가채무비율은 50.1%다. 

문재인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는 건전 재정으로 전환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말 기준 -5.1%로 예상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수준을 -3.0% 이내로 감축하기로 했다. 재정수지는 세입과 세출의 격차로 나라 살림 현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재정준칙은 단순하고 엄격해진다. 재정수지 기준을 관리재정수지로 바꾸고, 재정적자는 -3% 이내에서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근거도 기존 시행령에서 법률로 격상시키고, 매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재정준칙 준수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강력한 지출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재량지출뿐 아니라 의무지출, 계약에 따른 경직성 지출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공무원 정원·보수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비전 2050’도 연내 수립한다.
지난 5일 부산 남구 용당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적재되어 있다. 뉴스1
◆5월 경상수지 38.6억달러 흑자…전년 동월 대비 65.5억달러 감소

5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1년 전과 비교한 흑자 폭은 1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6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두운 전망 속에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가 나는 ‘쌍둥이 적자’ 현실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38억6000만달러(약 5조411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실적이 반영된 상품수지와 운송·여행 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임금·배당·이자소득 등이 합산된 본원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8000만달러 적자로 2020년 4월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흑자 전환했다. 다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5월(104억1000만달러)보다 65억5000만달러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흑자 감소 폭은 2011년 5월(-79억달러) 이후 최대다. 

이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27억4000만달러에 그치면서, 1년 전(66억5000만달러)보다 39억1000만달러 감소한 영향이 크다. 상품수지 흑자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지난 4월(29억5000만달러)보다도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5월 수출(617억달러)이 석유·화학공업제품과 반도체 등의 호조로 20.5% 늘었지만, 수입(589억6000만달러) 증가 폭이 32.4%로 더 컸기 때문이다. 5월 기준 원자재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9% 급증했다. 특히 석탄, 가스, 원유, 석유제품의 수입액 증가율은 각각 231.4%, 73.9%, 65.0%, 31.9%에 달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가공서비스·기타사업서비스 수지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2000만달러 적자가 났다. 올해 1월(-4억9000만달러) 이후 4개월 만의 적자 전환이지만,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7억2000만달러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는 14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 폭이 35억8000만달러 줄었다.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1년 새 42억2000만달러에서 5억2000만달러로 급감했는데, 한은은 지난해 5월 일회성 대규모 배당수입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5월 중 30억3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54억7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3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1억3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24억6000만달러 늘었다. 한은은 외국인 주식투자는 금리 인상,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계속 줄어들었지만, 외국인 채권투자가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스1
◆금융기관 일반 금융소비자에 사모펀드 등 권유금지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장외파생상품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고난도 상품 등 고위험 상품을 권유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러한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소비자의 요청이 없을 때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불초청 권유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도 불초청 권유 금지가 있었지만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장외파생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성 상품에 대해 불초청 권유를 할 수 있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구체적·적극적인 요청이 없는 불초청 권유는 방문 전 소비자의 동의를 확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설혹 동의를 확보해도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고난도 상품, 사모펀드, 장내·장외 파생상품 권유는 금지된다. 다만 전문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만 권유가 금지된다.

개정안에는 신용카드 외에 선불·직불카드에도 ‘연계서비스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연계서비스 규제에는 연계서비스에 대한 설명 의무, 연계서비스 축소·변경 시 6개월 전 고지 의무 등이 포함된다.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외화보험에 가입할 때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된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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