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에너지값, 무역적자·고물가에 직격탄.."수요 관리 필요"
기사내용 요약
韓, 전체 수입액 중 에너지 비중이 22%
상반기 에너지 수입 급증에 무역적자↑
국제유가 10% 오르면 물가도 0.26%p↑
"요금 원가 미반영→수요 증가 악순환"
"요금 단계적 정상화로 수요 관리해야"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악화와 고물가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에너지 수요 관리 유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의 장기화와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21년 우리나라의 총 수입액 중 에너지 비중은 평균 22%에 달한다.
에경연은 "필수재인 에너지는 가격이 상승해도 수요의 감소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수입액 증가로 이어져 결국 무역수지의 악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103억 달러 적자였는데,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빠르게 늘어난 게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누적 수입액은 총 878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410억 달러(87.5%) 증가했다. 이런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계의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에경연의 설명이다.
아울러 에경연은 "국제유가 10% 상승 시 국내총생산(GDP)은 0.04%~0.12%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분석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은 물가를 약 0.26%p 상승시켜, GDP에 대한 영향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제 에너지 가격의 오름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직접적 요인이 되는 설명이다.
특히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 가격은 국제 가격에 연동돼 있어 국제 유가 급등의 효과가 국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다. 이에 정부는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국제 가격이 계속 오르면 세금 인하 효과가 다소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규제 가격인 전기·가스요금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에경연은 설명했다.
에경연은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발전 비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거의 인상되지 않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p 미만"이라며 "발전 원가 상승분이 소비자 요금에 그대로 전가됐다면 훨씬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경연은 이처럼 에너지 요금에 대한 원가 반영을 억제하는 것은 고유가 장기화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 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면 에너지 효율 개선, 소비 절약 등의 유인이 약해져, 에너지 수입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경연은 "최종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에너지 수입 비용은 우리 경제의 한편에 지속적으로 부채로 쌓이게 된다"며 "국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되 전기와 가스요금의 단계적 정상화를 통한 에너지 수요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에경연은 석탄 발전량 상한제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 전원별 설비 운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제도와 규제를 한시적으로나마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설비, 계통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도 최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공급 측면보다 수요 감축을 통한 에너지 효율 관리에 무게를 둔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를 아낀 만큼 돈을 올려주는 '에너지 캐쉬백' 사업 등을 확대 시행하고,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은 나라들은 큰 문제가 없는데 우리는 외부 의존도가 높다"며 "앞으로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에너지 쇼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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