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에 달아오른 땅·바다..가축·양식장 피해 비상
농어민·지자체, 피해 최소화 대처·시설 현대화 주력
(전국종합=연합뉴스) 때 이른 폭염으로 곳곳에서 가축과 양식 수산물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예년보다 열흘 이상 빨리 폭염특보가 남해안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내려지면서 더위에 약한 닭과 돼지들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고, 남, 서해에는 고수온 경보가 내려져 수산물 양식 어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농어민과 지자체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잠 못 드는 축산 농민들
충북 진천군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정원영(58) 씨는 요즘 냉방장치가 잘 도는지 수시로 확인하면서 더위에 지친 닭들이 몸을 자주 움직이게끔 유도해야 해 여유 부릴 틈이 없다.
정씨는 "더위가 심할 경우 닭이 사료를 먹지 않아 성장을 멈추거나 집단 폐사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북 예천군에서 한우 50여 마리를 키우는 한 축산농민도 연일 치솟는 수은주에 소들이 입맛을 잃은 것 같아 가슴이 타들어 간다.
거의 24시간 송풍기를 틀어 놓고 있으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종일 축사를 감싸고 있어 소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8일 "앞으로 족히 2개월은 폭염이 지속될 것 같아 가축 건강이 극히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에 있는 한 젖소 농장에서는 대형환풍기와 안개 분무기를 온종일 가동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는 올랐으나 원유가는 그대로에 여름철 들면서 생산량마저 줄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냉방기를 돌리긴 하지만, 이젠 전기요금 충당조차 어렵다며 경영난을 호소한다.
숨 막히는 축사에서 가축 폐사 잇달아
때 이른 폭염으로 전남에서는 지난달 말 이후 3천300여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폐사했다.
추정 피해액은 2천400만원으로, 지난해 폭염 피해 때보다 열흘가량 일찍 폐사가 발생했다.
전북에서도 지난달 22일 이후 닭 1만389마리, 오리 900마리, 돼지 275마리 등 가축 1만1천5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충북에서는 18개 농가에서 닭 8천900마리와 돼지 57마리가 죽었으며, 충남에서도 홍성과 논산 등지에서 닭 1만6천여 마리, 돼지 400여 마리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도 축산과 관계자는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와 가축 폐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축종별 적정 사육밀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시군과 관계 기관, 생산자 단체 등과 긴밀히 협조해 폐사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피해 최소화 대책·시설 현대화 서둘러
경남도는 3개반으로 구성된 '여름철 축산 재해대책 상황팀'을 운영해 기상특보 및 피해 예방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환풍기 등 무더위 방지 장비 설치에 2억원, 축사 시설 현대화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사업에 295억원, 가축재해보험료 60억원 등을 투입, 피해 최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축산농가 비상발전기 설치에 12억원을 지원한다.
전남도는 폭염 등 자연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피해방지 활동에 나섰다.
특히 기상 특보 발생 시 재난 문자와 마을 방송을 통해 신속히 안내하고 있다.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예산 100억원을 편성해 가축재해보험 가입비 60억원, 가축 재해 대응 축사 시설현대화 10억원,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14억원, 축사 지붕 열 차단재 도포 시범사업 6억원, 돼지 사료효율 개선제 10억원을 투입한다.
박도환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지만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축산농가는 재해 예방요령을 숙지하고 기상 특보 발령 시 상황에 맞게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끓는 바다에 고수온 주의보…양식 피해 최소화 비상
계속된 폭염으로 연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지난 6일 오후 2시를 기해 경남 사천만, 강진만 해역에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했거나 도달이 예상되는 경남 사천만과 강진만을 비롯해 전남의 함평만, 득량만, 가막만, 도암만, 여자만 등에 내려졌다.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주요 양식해역 수온이 어류폐사 한계 수온인 28도로 상승하면 양식 생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어업인들은 고수온에 따른 양식생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조기 출하, 사료 공급 중단, 액화산소 공급 등 양식장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전남의 경우 올해 도내 해역의 고수온 주의보 발령은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 빨라 도 당국은 양식 어패류 폐사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 15억원을 투입해 양식장에 액화산소·산소발생기·차광막 등을 지원하는 등 7종 1만938대의 고수온 대응 장비를 제공한다.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을 양식하는 어가에는 사육량 조절·영양제 공급 등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가두리 그물 청소 등에 나서도록 했다.
충남도도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천수만 고수온 피해 현장대응반'을 꾸리고 양식장 예찰 등 대책에 나섰다.
현장대응반은 서해수산연구소, 일선 시군 등과 협력을 통해 양식장 물고기 선별 이동 금지 등 양식 생물 관리를 추진하고 충분한 용존산소 공급, 저층수 교환 등 양식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조성민 박정헌 허광무 김용민 여운창 최해민 고성식 우영식 임채두 윤태현 천경환 양지웅 기자)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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