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과시, 지상 교통수단과 연계, 고부가 가치 사업 매력적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제껏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나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도심 상공을 날아 이동하는 비행체 개발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하늘을 나는 차량이 영화가 아닌 현실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특히 프랑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일본이 2025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를 하늘을 나는 차량의 시험 무대로 계획하고 있어 개발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조선’은 하늘을 나는 차량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미래 현대차의 사업 구조는 자동차 50%,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지리(吉利·Geely)가 자동차 업체에서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지리차 모기업 지리홀딩스 리수푸(李書福) 회장).”
현대차와 중국 지리차가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UAM 시장 공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동차 업체로 부각되고 있다. UAM 스타트업이나 항공기 제작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는 달리 개발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두 기업은 전기차에 이어 UAM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2010년대 중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UAM이 개발되던 당시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은 UAM을 탐탁지 않게 바라봤다. UAM이 도심에서 운용되면 승용차·택시·버스 등의 이용이 줄어, 결과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수 있어서였다. 업계에선 ‘UAM은 완성차의 적(敵)’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완성차 업체들은 UAM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개발·판매했던 지상 교통수단과 연계해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UAM은 고부가 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고급 자동차 1대 가격이 7000만~1억원이라면 UAM 가격은 그 두 배 이상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UAM 시장이 구축되려면 적어도 2~3년이란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UAM이라는 선진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과시하며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다. 모두 현대차, 지리차에 매력적인 요인들이다.
현대차, 지상과 항공 교통 연계한 도심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현대차는 2019년 UAM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그해 UAM사업부를 신설하고, 조직을 이끌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의 세계적인 항공 전문가 신재원 사장을 영입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에는 UAM사업부를 AAM본부로 격상했다. AAM은 ‘Advanced Air Mobility’의 약자로,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도심 내 운송보다 장거리인 도시·지역 간 운송으로 확대한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았다. 나사가 2020년 3월 UAM을 AAM으로 바꾼 흐름을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특히 기존 교통망에 AAM을 더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기존처럼 지상(자동차)에서는 물론 하늘에서도 운송 수단을 제공하고, 나아가 소비자가 끊김 없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현대차는 서비스보다는 ‘제조·판매’에 주력하는 기업이었다.
신재원 사장이 작년 3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동차, UAM 등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한 고객이 잠실에 있는 호텔에서 삼성동 코엑스로 이동한다고 가정하자. 목적지인 코엑스를 정하고 이동 서비스를 요청하면, 호텔 1층에 자동차가 됐든 UAM이 됐든 이동 수단이 와서 그 고객을 코엑스까지 데려다준다. 코엑스까지 가장 빠르고 편하고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분석해, 알아서 서비스하는 것이다. 교통 체증 해결은 기본이고, 고객은 이동에 대한 걱정을 일절 할 필요가 없다.”
현대차는 이런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할 UAM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CES)에서 전기 추진 방식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UAM 콘셉트 ‘S-A1′을 공개했다. 총길이 10.7m로, 메인 날개와 꼬리 날개가 있고 두 날개에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했다. 최고 시속 290㎞로 약 100㎞까지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탑승 인원은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5월 25일에는 ‘AAM 테크데이 2022′ 행사를 열고, RAM(Regional Air Mobility·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 기체인 ‘프로젝트N’도 공개했다. 프로젝트N은 배터리 기반의 일반적인 UAM 기체와 달리 수소연료 시스템과 배터리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젝트N은 지난 2월 감항 인증 기준을 통과해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 항공기로 등록됐다. 현대차는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배터리+수소연료전지 등 두 개 이상의 동력원)을 탑재한 화물용 UAM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화물용 UAM을 통해 개발 및 운영 노하우를 쌓은 후 2028년에는 완전 전동화한 여객용 UAM을 상용화하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RAM을 출시한다.
지리차, 美 플라잉카 스타트업 인수
지리차는 현대차보다 앞선 2017년 UAM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당시 지리차가 바라본 것은 도로 주행과 비행이 모두 가능한 ‘플라잉카(flying car)’였다. 사실 완성차 업계는 현 UAM으로 대표되는 수직 이착륙기보다 도로를 달리고 하늘을 나는 ‘하이브리드 카’를 먼저 고려했다.
지리차가 2017년 미국 플라잉카 개발사 테라푸지아(Terrafugia)를 인수한 배경이다. 이후 지리차는 테라푸지아와 중국 드론 스타트업 쓰촨 아오시 테크놀로지(Sichuan Aossci Technology)를 합병해 에어로푸지아 테크놀로지(Aerofugia Technology·이하 에어로푸지아)를 세웠고 플라잉카 연구개발을 이어 나갔다. 회사가 공개한 영상과 자료에 따르면, 에어로푸지아 2인승 플라잉카는 지상에선 네 바퀴로 달리다가 공중에 뜨면서 접혀 있던 날개를 펼쳐 비행한다. 단거리 이착륙 기능을 갖췄고, 최대 적재 중량은 약 850㎏, 최고 속력은 시속 160㎞, 약 640㎞까지 운항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리차는 약 2년 만에 수직 이착륙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플라잉카는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도심 내 운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어로푸지아는 드론 기술 등을 바탕으로 UAM을 개발하고 있다.
지리차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2019년 독일 PAV(개인 항공기) 업체 볼로콥터(Volocopter)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후 지난해 합작사를 세웠다. 지리차는 볼로콥터와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기 ‘볼로콥터 2X’를 선보이기도 했다. 2인승인 볼로콥터 2X는 교체 가능한 배터리 9개와 로터(회전 날개) 18개를 장착했다. 최고 속력은 시속 160㎞로 알려졌다.
지리차는 볼로콥터의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 기술에 자사 자동차 대량 생산 능력을 결합해 중국에서 승객을 태우는 에어택시, 화물 운송 사업을 2024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IT 매체 콰이커는 “지리차가 중국 현지에서 볼로콥터 항공기를 생산하고 운용하기로 하는 등 중국 도심 항공 시장 개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Plus Point
항공기 제작사와 손잡는 완성차 업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 항공기 제조사와 손잡고 UAM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구축한 자동차 대량 생산 기술과 노하우에 항공기 제조 기술을 더해 UAM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포르셰는 2019년 10월 보잉과 UAM 공동 개발을 선언했다. 도심 내 사용 가능한 수직 이착륙기로,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도 함께 구축한다. 승객을 태운 에어버스 서비스 형태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UAM 콘셉트 ‘팝업 넥스트’를 공개한 아우디와 에어버스도 UA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팝업 넥스트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 시스템의 2인승 UAM이다. 자동차 모듈과 비행 모듈 드론으로 나뉘어 있어, 도로 주행과 비행이 모두 가능하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드론을 장착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모듈로 주행하면 된다. 콘셉트 모델로 상용화 시기는 2024~2027년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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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Part 1. 하늘길로 출근하는 시대 열린다
①현실로 다가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시대
②[Infographic] 미래 항공 시장 이끌 AAM
Part 2. 플라잉카, 어디까지 왔나
③[Interview] 발키즈 사리한 에어버스 UAM전략 이행·파트너십 부문 총책임자
④[Interview] 후쿠자와 도모히로 스카이 드라이브 최고경영자(CEO)
⑤[Interview] 전기비행기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모비우스에너지 최유진 대표
⑥UAM 시장 공략 선두 완성차 업체 현대차·지리차
Part 3. 전문가 제언
⑦[Interview] 앤드루 모리스 러프버러대 교수
⑧[Interview]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항공모빌리티 선행연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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