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르는 日, 이 기회에 "군대 보유" 가능하게 개헌할까?

10일 참의원 선거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31일 도쿄 참의원의 예산위원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1일 (현지시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 (C) AFP=뉴스1

1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 개정'이 주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과반과 여론조사에 응답한 유권자 절반 이상이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개헌을 지지하는 자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 의회 내 개헌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0일 있을 일본 참의원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평화헌법 개정'에 속도를 붙일 "황금 같은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불안감, 두 번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안보 능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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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협이 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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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는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바닥을 찍고, 국제 정세 혼란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가 일본의 안보 및 방위 전략에도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숙원 사업인 개헌이 실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와 전력(군대) 보유·교전권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평화헌법이라고 칭한다. 여당 자민당은 이 평화헌법 내용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려고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쟁 가능 국가로 가려는 포석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NH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경제 문제를 주요 정책 관심사로 꼽았고, 17%는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타카오 토시가와 일본 정치뉴스레터 인사이드라인 편집장은 FT에 "외교 정책 및 안보 이슈가 선거의 최전선에 등장한 것 자체가 근 20년 사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선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면서 일본 내 안보 불안이 커졌다. 러시아와 중국이 연일 일본명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 함정을 파견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쿠릴 4개섬 영유권 해결을 위해 공 들여왔던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틀어졌다.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야욕을 실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만 해협 근처에 영토가 맞닿아있는 일본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이 자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 여론은 평화헌법 개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5월 요미우리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60%가 '헌법을 개정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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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헌 욕심에 힘 싣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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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은 일본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을 포함한 '쿼드'를 출범시키는 등 사실상 일본이 안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개헌은 아베 전 총리의 과업이었는데 임기 중 실현하지 못했다. 아베의 지지를 업고 총리 자리에 오른 기시다가 이를 승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은 당의 기본 방침이다. 헌법은 시행 75년이 지나 시대에 맞지 않고 부족한 내용도 있다"면서 "꼭 개헌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사토시 혼다 일본 정치분석가는 FT에 "이번 참의원 선거의 가장 큰 숨은 의제는 헌법 개정"이라면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기사다 총리가 '개헌에 손을 댄 첫 번째 총리'라는 유산을 얻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개헌을 하려면 일본 중의원의 3분의 2 이상, 참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개정안을 발의해야 국민 투표에 붙일 수 있다. 현재 '개헌 세력'은 중의원에서는 이미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집권 연정과 일본유신회 등을 더한 쪽이다.

참의원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확보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총 82석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하는 참의원 의석 수는 전체 248석의 절반이자 교체 대상인 124석과 공석인 1석 등 총 125석이다. 참의원은 임기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을 갈아 치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론조사 결과 개헌 세력의 3분의 2 의석 확보가 가시권에 있다고 보도했다.

*개헌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일본 자민당은 기존 헌법 9조를 유지하고 '9조의 2'를 추가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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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