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사정정국 시작되나.. "중대 국가범죄" vs "정치 보복"
여권 '北 눈치보기' 가능성 주목
"국민 생명 침해 등 헌법에 위배"
前 정부 인사 전방위 수사 예고
국정원, 감찰심의관도 만들어
北에 부적절한 금품 전달 조사
민주, 대책위 구성해 대응 고심
민주당 '서해 TF' 국방부 방문
"월북판단 번복, 톱다운식 진행"
국정원 고발 사건 공공수사부 배당
정치적 부담 커 '속전속결' 관측
"지시 과정 문제 확인 쟁점될 것"
서훈, 북송 결정 뒤 신문 중단 땐
직권남용 혐의 적용될 수 있어
유족, 서욱 이어 文도 고발 예정
박지원 구속 요청서도 제출키로
'정보 삭제' 진실공방 양상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 '밈스'서
'서해' 사건 전후로 무더기 삭제
민주TF "삭제 고발, 오해서 비롯"
국정원 "박지원 고발, 밈스와 무관"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 정부는 (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두 사건과 관련해)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거나,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또한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이는 중대한 국가범죄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에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등을 감사 중이다. 감사원은 당시 직접 지휘 라인의 해경 간부 4명에 대해 지난주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숨진 이씨에 대해 “월북 시도를 했다”고 단정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해경도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일괄 대기 발령 조치했다. 국정원은 전직 원장들을 고발한 데 이어 내부에 ‘감찰심의관’을 신설해 문 정부 시절 북한에 부적절한 금품이 전달됐는지 여부 등을 감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되면서 결국 사정 칼날은 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월북몰이’의 본질은 권력에 의한 진실 은폐”라며 “(당시) 권력의 속내는 바로 북한에 대한 굴종”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국방부를 상대로 해경과 군이 피해자의 월북 판단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기에 앞서 “TF는 그간 활동을 통해 윤석열정부에서 해경과 군이 아무런 증거 없이 말을 바꾼 정황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북 조작 프레임’으로 정치 공세를 이어가는 국민의힘에 대응해 진실을 가릴 예정”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2020년 사건 당시 청와대의 압력 여부도 진실을 가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관계자들이 배석해 TF 질의에 답했다.
국방부와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승선했다가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과 관련, 최근 ‘자진 월북 추정’이라던 중간수사 결과를 번복한 바 있다.
TF는 이대준씨의 월북 판단을 번복하는 과정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정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장관·차관으로 이어지는 ‘톱다운’ 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5월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 26일 NSC 상임위원회, 30일 국방부 내 정책기획차장 주관 실무토의 등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회의에서 국방부에 최종 입장을 물었더니, 국방부 측은 ‘2년 전 정보 판단에서 나온 월북 추정은 현재도 유효하다. 지난달 16일 발표는 해경이 수사 종결 발표를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서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월북 여부 추정의 판단 주체는 해경이다. 월북 여부의 판단은 SI(특수정보)뿐 아니라 해경의 수사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TF회의에 참여한 윤건영 의원은 2019년 10월 탈북한 북한 선원 2명을 북송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제대로 밟았느냐는 질문에 “(북송) 과정에서 절차는 문제 없이 다 거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문재인정부의 이른바 ‘국가 안보 문란 의혹’에 대한 투트랙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법조계에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검찰이 속전속결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과 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각각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에 배당했다.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서 전 원장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전날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됐다. 박 전 원장은 서해 피격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게 아니란 정황이 담긴 정보를 첩보 관련 보고서에서 누락하거나 삭제했다는 의혹을, 서 전 원장은 두 탈북 어민에 대한 합동 신문을 빨리 끝내라는 취지로 지시한 의혹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대북정책과 연관된 고발 수사가 본격화한 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전 정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여서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법과 원칙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며 “윗선에서 지시한 것만으로 직권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에 적극적인 위법성이 있었는지, 지시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훈 전 원장의 경우 대공 용의점을 찾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전신) 결론을 토대로 탈북 어민의 북송을 결정한 게 아니라 북송 결정을 내린 뒤 합동 신문을 중단시켰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치권에서 논란이 돼 합리적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쟁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정치검찰’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거나 시간을 끌기보다는 객관적 물증에 따라 신속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이대준씨 형 이래진씨는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의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사건 기밀 정보가 삭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을 8일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는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요청서도 제출할 예정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정보기관의 ‘정보 삭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의 정보체계에서 일부 정보가 무더기로 삭제된 정황이 포착됐고, 국가정보원도 전직 원장을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고발하면서다.
7일 정부 한 소식통은 “국방부는 최근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전후해 수집·생산된 군사기밀 정보 수십건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된 사실을 발견해 이를 확인 중”이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복원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고발한 국정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고발 건은 밈스에 탑재되거나 이를 통해 관리·유통되는 문건을 삭제한 혐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즉 국방부 밈스 삭제와 다른 별건의 국정원 내부 문서 삭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국정원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군·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삭제를 지시했느냐의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자료 삭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이를 지시한 라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인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도 통화에서 “정보 삭제도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데 무단 삭제가 이뤄졌다면 권한이 있는 자가 불편하기 때문에 이뤄졌을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삭제 권한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상당한 권한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군이 피격 사건 관련 초기 특수정보(SI) 일부를 밈스에서 삭제했지만, 정보 원본까지 지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TF도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TF단장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직후 브리핑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면 합참과 777부대(대북감청 부대)에서 원본을 삭제해야 하는데 원본은 삭제한 적이 없다”며 “관련 없는 부서나 기관은 제외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오해라는 것이 국방부와 합참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삭제 사실 공개가 오히려 보안사고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정보 삭제 지시 여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삭제를 해도 삭제가 안 된다. 메인 서버에 기록이 다 남는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정원 법무실은 법률 전문가가 다수 포진한 막강한 곳”이라며 “이미 법적 검토를 모두 마치고 고발한 것으로 안다. 김규현 국정원장 성격도 꼼꼼한 편이라 쉽게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이창훈·박수찬·박진영·박미영·조병욱·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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