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각오한 美.. 7월 다시 '자이언트스텝' 예고

박영준 2022. 7.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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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Fed 의사록 공개
5월 물가지수 40년래 최고치
고물가 예상보다 장기화 조짐
7월 다시 '자이언트스텝' 예고
더 제약적인 통화정책 재천명
GDP전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사실상 경기 침체 국면 들어서
게오르기에바 "위험 커져" 경고
2022년 성장률 전망도 곧 하향 조정
KDI "제조업 정체 경기회복 발목"
6월 물가지수 상승폭 23년래 최고
사진=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에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연준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 전망상 제약적인(restrictive) 정책 기조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면서 “높아진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할 경우 훨씬 더 제약적인 기조가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 긴축 정책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7월에도 6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또는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이 예상된다.

FOMC 위원들은 “다음 회의(7월 FOMC)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진행 중인 기준금리 인상이 위원회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을 통해 7월에도 0.75%포인트 또는 0.50%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달 14∼15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종전 0.75∼1.00%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1.50∼1.75%로 올랐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다음달 기준금리는 0.5%포인트 인상시 2.0∼2.25%, 0.75%포인트 인상시 2.25∼2.5%로 뛸 전망이다. 공개된 12페이지 분량의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무려 90차례나 반복됐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위원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국의 경제 둔화를 초래하더라도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의사록은 “회의 참석자들은 (통화) 정책 강화가 당분간 경제성장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물가상승률을 다시 2%로 낮추는 것이 최대 고용 달성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포르투갈에서 진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물론 위험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성 회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사록은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은 5월 정례회의 이후 더 악화했다”면서 “참석자 다수는 인플레이션이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장기화할 것이란 견해를 굳혔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가 직면한 중대한 리스크는 대중이 위원회의 의지에 의문을 품을 경우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6%를 기록하며 4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의사록 공개를 통해 지난달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11명의 위원 중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지 총재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예측 모델은 지난 1일 연준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1.6%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1%를 기록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예고했다.

미국이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인 셈이다. 경기 경착륙 우려도 이어진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밝힌 바 있다.

◆IMF 총재 “내년 세계경제 침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6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 전망이 상당히 어두워졌다면서 내년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조만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겠다고도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의 글로벌 확산, 실질금리 인상, 중국 경제성장 둔화,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언급하며 “4월 (경제전망) 업데이트 이후 전망이 상당히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거친 바다에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 배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서 2분기 경기 위축이 나타났다면서 2023년에 위험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22년은 힘든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2023년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2023년에 경기침체 위험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해선 “물가를 회복해야 할 시급하고 절박한 필요성을 고려할 때 더딘 경제성장은 지불해야 할 필수적 대가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긴축 재정 상황이 오래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만 급등하는 물가를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가 향후 몇 주 내에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며 현재 수치 조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의 4.4%보다 0.8%포인트 내린 3.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4.9% 성장을 예측한 것과 비교해 1.3%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요국의 긴축 기조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따라 제조업이 정체되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7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이 개선됐으나 대외 여건의 악화로 제조업은 정체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영향이 점차 확산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 변수가 여전히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주도했던 반도체 등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의 생산은 대외 여건 악화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기업심리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제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한 96.4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100보다 낮으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급등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물가와 지정학적 위험 요인 등이 계속되면서 주요 기업 심리 지표도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에 대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82,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은 80으로 각각 전월보다 3포인트, 5포인트 떨어졌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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