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리면 나아지나 했지만.. 반응 없는 대구 부동산 시장

연지연 기자 2022. 7.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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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자들이 딱히 움직이는 추세는 아니구요.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분위기도 아니다보니 별다른 움직임이 없네요.”(대구 중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분양가 상한제 손질로 분양가가 오를 조짐이니 상대적으로 싸보일 거라더니 그것도 아니었고요.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것도 시장을 움직이지 못하는 듯 합니다. 아직은 조용합니다.”(대구 수성구 B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4일부터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시 일대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됐지만, 지역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매도 희망자 중 일부가 호가를 올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늘지 않아 별 소용이 없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30일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나머지 7개 구·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됐다. 사진은 대구 서구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제공

8일 대구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대구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가액이 늘고 세금은 줄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현재로서는 빗나간 셈이다.

올해 들어 7월 첫째 주까지 대구 아파트 가격은 3.48% 내렸다.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내렸다. 미분양도 많다. 5월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6816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2만7375가구)의 4분의 1이 이 곳에 몰려 있다.

대구 중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기 집에 사는 사람들은 굳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만기가 다가온 임차인들도 집을 사지 않고 웬만하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려는 분위기”라면서 “큰 개발 호재나 있어야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돌아오고 실수요도 커질 것 같다”고 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잠잠한 이유로는 공급이 많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에는 올해 1만9812가구, 내년 3만3752가구, 2024년 2만804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신축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 임대 물량도 늘어 집값은 물론 전·월세금도 오르기 어렵다.

분양권 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대구 동구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 때 새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사람들에게 매도하려고 분양권 투자를 한 사람들은 오히려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매도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시 중구에 들어서는 대구역경남센트로팰리스(144가구)의 경우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마이너스 피)에 팔겠다는 매도 희망자가 여전히 있다. 일부만 분양가 수준에서 넘기면 좋겠다는 정도로 마음을 바꿨다.

대구시 중구에 들어서는 대구역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604가구)에도 여전히 분양가 수준의 ‘무피’ 매도물건이 여럿 있다. 세금을 매도자가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건 경우도 있어 매도자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손해다.

대구의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 물량이 워낙 많아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도 많고 그러다보니 가격 경쟁이 붙어 호가가 오르고 프리미엄이 오르기 쉽지 않다”면서 “규제지역에서 빠졌으니 대출이 좀 쉬워졌는데도 투자 문의는 사실 많지 않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70%로 높아지고 청약자격도 완화된다.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1순위가 되고 세대원, 다주택 세대주도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3년에서 6개월로 줄어 당첨 후 되팔기도 쉬워진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분양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48-26번지 일대에 공급되는 범어자이의 1순위 청약 신청률은 114㎡만 간신히 1.1대1을 기록하고 나머지는 전부 1:1 경쟁률을 밑돌았다.

한 분양 마케팅 회사 관계자는 “대구 첫 ‘자이’ 브랜드를 달고 들어서는 아파트인데다가 수성구 범어동이면 입지도 나쁘지 않은데, 이 정도 경쟁률이라 좀 놀랐다”면서 “수성구는 조정지역에서는 남았지만 투기과열지구도 아니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좀 살아날 것으로 봤는데 아니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확실성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법인 투자를 하고 있는 황모(43·경기도)씨는 “저평가 된 곳에 주로 투자하지만 대구는 워낙 공급이 많아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오랜 기간 자금을 묶어둬야 할 것 같아 관심지역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는 곳들만 규제를 해제한 것”이라며 “대구는 미분양이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 공급도 많을 지역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해도 집값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앞으로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더샵 동성로센트리엘 등이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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