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올해 15조 팔았다..13년來 첫 外人지분율 30% 붕괴 가능성도
외국인 코스피 지분율 2009년 이후 최저
전문가들 "국내 증시 추가 하락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이언트스텝’에 국내외 증시가 변동성을 키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15조원 넘게 매도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매도액의 60%에 가까운 금액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외국인 지분율 30%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일이 현실이 되면 이는 2009년 이후 13년만이다.
◇ 경기침체 공포에 외국인 증시 이탈 가속화
6일(현지 시각)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준위원들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혹은 0.75%P 인상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에 잠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서둘러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분위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장날(1월 3일)부터 지난 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15조24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 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25조9984억원)의 59%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45조6292억원을 매수했지만 971조6276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9조4050억원 어치 순매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NAVER(035420), 삼성SDI(006400) 등도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09년 7월 13일(29.92%)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30%가 깨질 위기에 처해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30.79%다. 지난달 17일부터 외국인 지분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2009년 8월 20일(30.9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무너졌던 지난 2020년 3월 19일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38.97%에 달했었지만 현재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는 이유에는 물가 부담, 고강도 긴축, 경기침체 우려, 이 과정에서 취약한 한국 경기흐름(무역수지 적자)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면 추세적으로는 외국인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3분기 외국인 매도가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 경착륙이 가시화되고, 침체 우려가 가중되는 2023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매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공행진하는 환율이 악재
고공행진하는 환율은 외국인의 증시 이탈에 가속을 붙였다. 연준의 긴축으로 전세계에 경기침체 우려가 번지자 안전통화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이날 1308.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311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오른 것이 달러화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환율은 지난 한 달 동안 61.2원이나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대를 웃도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 이후 처음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 환경은 여전히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급 측면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전환 및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기조가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등 통화 긴축 가속 및 연준의 자산 축소에 따른 달러 감소 등도 달러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원화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강화 가능성을 유의깊게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장단기 국채 금리 흐름도 살펴야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도 지켜봐야 할 요소다. 통상적으로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장기물 금리가 역전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나쁘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고, 이는 경기 침체의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미국의 국채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2.792%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2.789%)를 역전했다.
올해 2년물 금리가 10년물을 역전한 것은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통상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6일(현지 시각)에는 2년물 금리가 18bp(1bp=0.01%p) 급등하고, 10년물 금리는 12bp 상승하며 장단기 금리 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도 2012년 9월 30년물 국채를 도입한 후 사상 최초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처음 역전된 바 있다. 4월 11일 초장기 국채인 30년물 금리는 3.146%로 마감했고, 3년물 금리는 3.186%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이후 지난 6월 14일에는 3년물 국채 금리가 연 3.619%로 10년 3개월 만에 3.6%를 넘어섰고, 같은 날 30년물 금리는 3.429%, 3년물 금리는 3.548%에 마감하며 역시 장단기물 금리가 역전됐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후반기로 접어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는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며 “7월에는 전월보다는 금리가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들 “국내 증시 더 하락할 것”
전문가들은 여러 지표들이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코스피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코스피는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피의 하락 추세 하단은 2050선 전후로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경기침체 시그널로 인한 통화 정책이 완화적으로 전환되고, 유럽과 미국 간 경제정책 격차 축소로 인한 달러 강세가 진정되는 2023년 상반기가 코스피 반등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겉보기와 달리 세부 내용은 다소 부정적으로 나타났는데, 3분기 수출 경기 전망도 전보다 악화됐다”면서 “수출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는 수출 결과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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