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못한 사고 후유증..대법 "'추가손해 발생 시점'으로 손배액 계산"

기사내용 요약
교통사고 후 돈 받고 소송 않기로 합의
예상치 못한 후유증 발생해 소송 청구
대법 "발생 시점으로 지연손해금 계산"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교통사고를 당한 후 돈을 받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예상치 못한 후유증 등이 생겼다면, 처음 사고를 당한 때가 아닌 추가 손해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0년 길을 걷던 중 B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들이받혀 머리와 어깨를 다쳤다. 당시 양측은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후 권리를 포기하고 다른 이유가 있어도 이의제기나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A씨는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폭력성, 충동조절장애 등이 나타났고 평생 성인 여성 1명의 간병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A씨는 간병에 필요한 비용, 향후치료비, 위자료 등을 달라고 B씨와 보험계약을 맺은 삼성화재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향후 폭력성, 충동조절장애 등이 나타나 간병이 필요하게 될 것임을 전혀 예견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합의를 했으므로 삼성화재가 비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일부 손해배상 금액 등을 조정했지만 1심 판결을 대체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삼성화재가 A씨에게 줘야 할 지연손해금 등의 기준 시점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2010년 6월3일이 아닌, 충동조절장애 등이 나타난 2014년 11월17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후유증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나중에 발생했다면, 그 때부터 손해배상 채권이 성립하고 지연손해금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과잉 손해배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사고 시점이 아닌, 추가 손해가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생명이나 신체 등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호프만식 계산법이 이용된다. 장래에 거둘 총수입에서 중간이자를 제외하는 것인데, 피해자가 얻을 수입에 호프만계수(단리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수치)를 곱해 계산한다.

피해자가 향후 입을 손해보다 많은 돈을 받는 이른바 '과잉배상'을 방지하기 위해 호프만계수를 최대 240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게 기존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례의 취지대로 사고 시점이 아닌, 추가 손해 발생일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과도한 배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