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외인·기관 쌍끌이 매수에 반등했지만..불안한 개미들
삼성전자에 싸늘했던 외국인 1559억 순매수
"실적 우려 선반영..안도감에 매수세 유입"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에 국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담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2200선으로 미끄러졌던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23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반등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1위이자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2분기 선방한 성적표를 받으며 3% 급등한 점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다만 코스피 거래대금이 최근 8조원대로 떨어지면서 지수가 외국인의 매매 움직임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어 당분간 롤러코스터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침체 신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26포인트(1.84%) 오른 2334.2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4% 상승한 2308.97에서 출발해 오후로 갈수록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2340선까지 오르는 등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전 업종이 고르게 상승하면서 이날 상한가 1개 종목을 포함해 726개 종목이 올랐다.
지수 반등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기관은 3164억원, 외국인은 1426억원을 사들인 반면 개인은 473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장 초반 ‘팔자’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매수세가 강해졌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은 이날 1559억7100만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7거래일 만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기관도 997억91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3.19% 오른 5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달 29일 5만8000원을 기록한 이후 6거래일 만이다.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이 시장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8% 늘었다. 매출은 20.94% 증가한 77조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77조2218억원, 영업이익 14조6954억원은 소폭 하회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소비심리 둔화로 스마트폰과 가전 수요가 약세를 보였지만 반도체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14조원 초반이었고, 최저치가 13조2000억원까지 하향조정되며 주가 부진이 이어졌던 상황에서 시장 평가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위기”라며 “시장의 걱정과 우려, 공포심리가 선반영된데 따른 안도감에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13%, 2% 빠졌다. 정부가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에 국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담’
전날 2200선으로 주저 앉은 지수가 하루 만에 2300선대로 올라섰지만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력한 긴축 의지에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006%까지 치솟으며 3%를 넘어섰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보다 덜한 2.93%대로 올랐고, 이에 장단기 금리 역전은 전날보다 더 심화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유가도 경기침체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추가적인 유가 하락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최근 급감한 점도 국내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3월까지 11조원대를 유지했던 거래대금이 지난달 중순 이후 8조원대로 떨어지면서 외국인의 매매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2분기 실적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 시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지수를 견인하고 있어 2분기 이익 하락 속도와 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요 둔화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성장주와 민감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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