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자잿값 상승에 찬바람 부는 새벽 인력시장.. 일용직 절반 빈손으로 돌아가

이학준 기자 2022. 7.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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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5시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4번 출구 인근 인도에는 6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모(63)씨는 "원자잿값이 비싸지니까 건설업계 공사 현장이 줄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일용직 노동자도 안 뽑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용직 위모(54)씨는 "매일 600여명이 이곳을 찾는데, 200명 정도만 일을 하러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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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600명 모였는데.. 절반은 발걸음 돌려
원자잿값 오르고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일감 줄어
인건비 줄이고자 불법체류자 고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와

지난 1일 오전 5시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4번 출구 인근 인도에는 6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이었고, 간혹 30대로 추정되는 외국인도 있었다. 이들은 이날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새벽 인력시장에 모인 노동자들이다.

4차선 도로 양쪽에는 100여대의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승합차에서 내린 한 건설현장 인력팀장이 “철근, 18만원, 5명”을 외쳤다. 곧바로 인부 5명이 손을 들고 팀장을 따라 차량에 몸을 실었다.

1시간이 지나면서 동이 트기 시작하자 그 많던 승합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당벌이를 위해 모였던 300여명의 노동자들은 남구로역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퇴근 아닌 퇴근을 해야 했다.

1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사거리에 60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있다./김수정 기자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잿값이 올라 건설현장의 부담이 커졌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시멘트·철강 공급 대란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강모(63)씨는 “원자잿값이 비싸지니까 건설업계 공사 현장이 줄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일용직 노동자도 안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며 “일감도 없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일용직 위모(54)씨는 “매일 600여명이 이곳을 찾는데, 200명 정도만 일을 하러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잿값이 크게 올랐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작년 평균 1톤(t)당 6만2000원에서 올해 4월 9만8000원으로 46.5% 올랐다. 철근 가격은 작년 초 t당 69만원에서 올해 5월 119만원으로 72.5% 급등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총파업으로 인해 시멘트 출하가 일주일 동안 중단되면서 아파트 등 건축물 골조공사에 필수인 레미콘 공급이 차질을 빚었고, 철근 등 주요 자재 입고에도 문제가 생기자 공사 현장이 중단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사라진 것이다.

1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사거리에 일용직 근로자들이 서있다./김수정 기자

김모(61)씨는 “화물연대 파업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며 “최근 공치는 날이 허다해서 힘들다. 하루 일을 못 나가면 그날은 그냥 근근이 하루를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체와 일용직을 연결하는 인력사무소도 일감이 줄어 고민이다. 남구로역에서 15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강혁(48)씨는 “원자잿값 인상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려 건설업계가 매우 힘들다”며 “경기가 안 좋아 일감이 줄어드는데 누가 사람을 뽑겠냐”고 반문했다.

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지자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인력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일용직 근로자 일당은 14만~19만원, 불법체류자 일당은 9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김모(61)씨는 “2주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몽골·베트남·캄보디아인 등 불법체류자들의 일당이 싸고 젊으니 인력 팀장들이 데리고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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