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꺾이는데..文 확 풀었던 허리띠, 尹정부서 졸라매는 이유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계속된 확장재정을 중단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돌아선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한다"는 규정을 명시한다. 아울러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유·초중등 교육 예산의 일부인 연간 3조6000억원의 재원을 대학·평생교육 지원에 대신 투입한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대학교에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새정부 재정운용방향'을 논의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향후 5년 동안의 국가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부는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을 반영해 9월 초 '2023년 예산안'과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발표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경제 재도약 뒷받침'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목표로 △국정과제 적극 뒷받침 △건전재정 기조 확립 △강력한 재정혁신 △재정비전 2050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기조를 '확장'에서 '건전재정'이라는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코로나19(COVID-19) 대응 등을 이유로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 기준 국가채무가 약 11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으며, 매년 100조원 내외 재정적자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올해 기준 -5.2%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수지) 비율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인 -3% 이내로 개선한다. 아울러 올해 기준 50.1%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7년까지 5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법률에 근거해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한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비율 한도를 축소한다는 규정 등을 명시할 계획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사전브리핑에서 "올해 정기국회 때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 2024년도 예산 편성부터 재정준칙이 적용된다"며 "개정 이전이라도 이런 방향에 입각해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에 투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 지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편도 추진한다. 만 6~17세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는데 지방재정교부금은 꾸준히 불어나는 엇박자를 해소하고, 유·초중등과 고등·평생교육 간 투자 불균형이 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등을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미래 인재육성에 투자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에 따른 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 +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올해 기준 교육재정교부금은 총 68조6000억원(내국세의 20.79%인 65조원, 교육세 일부인 3조6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교육세 일부'에 해당하는 3조6000억원을 고등·평생교육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국세 연동 교부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늘린 지출을 정상화하고 민간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총 1205개의 민간보조사업 가운데 내년에만 61개를 폐지하고 다른 191개는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 솔선수범 차원에서 엄격하게 공무원 정원·보수를 관리한다. 아울러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공공기관 투자, 취약계층 지원 등에 투입한다. 정부는 정비가 필요한 공공기관 자산으로 △컨벤션 시설·홍보관, 유휴부지 등 기관 고유기능과 연관성 낮은 자산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용 자산을 꼽았다.
한편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직접일자리 사업을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상대 차관은 "정부의 전체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은 연간 약 30조원이고 이 가운데 직접일자리가 3조원"이라며 "직접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일자리는 대폭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질 좋은 일자리로 (전환을) 지향하면서 노인일자리 외 다른 직접일자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서 기관 고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국채를 찍어내는 식의 재정만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며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정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 정부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그 탄탄했던 재정이 국가 신인도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받을 그럴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채무가 크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2017년 600조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400조원이 증가해서 금년 말이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증가 규모와 속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재정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는 또다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며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서 기관 고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절약한 재원은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약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는 재정운용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늘 강조해 왔듯이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워진다. 정치적으로 세력화하지 못하는 그런 약자들이 많다"며 "진정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서 조성된 자금으로 이분들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재정운용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초격차 전략기술의 육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양성과 같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에는 과감하게 돈을 써야 된다"며 "그리고 병사 봉급 인상 등 국민께 약속한 국정과제는 절약한 재원으로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정준칙 마련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복잡한 재정준칙은 지키기 어렵다. 단순하되 합리적인 준칙을 만들어서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도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며 "초중등 학생 수가 감소하는 그런 교육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지방대학을 포함한 대학 교육에도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 사이의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미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협력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와 충분히 소통해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낼 수 있도록 대통령실과 정부 각 부처가 앞장서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재정전략회의를 충북대에서 연 것에 대한 의미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이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이고 앞으로 우리의 재정이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나라의 재정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는 재정 운용 전략을 다 함께 마련하자. 비상한 각오로 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확장재정 기조에 급제동을 건 것은 이미 나랏빚이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바탕으로 경기 둔화를 막아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은 자칫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향후 경기부양의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4대 재정정책 방향 중 하나로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제시했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 강력한 지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본예산 기준 2017년 약 400조원이었던 연간 재정지출 규모를 5년 사이 607조원 수준으로 200조원 넘게 확대하고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온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지출 기조를 급격히 전환하기로 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나랏빚이 급격히 불어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7000억원(1차 추경 기준)으로 5년 만에 415조원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에서 50.1%로 14%포인트(p) 가까이 높아졌다.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수준에 임박한 것이라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8.9%에서 올해 52%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55.8%에서 54%로 낮아져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95.2%에서 올해 90.2%로 낮아졌다.
최상대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사전브리핑에서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와 협의를 할 때 더이상 재정건전성이 우리의 강점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연례협의회 등에서 신평사, 국제기구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향후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계획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자유를 중요시 하는 것도 재정정책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 재정 투입을 통한 정부 주도 경제 성장을 지향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민간 전문가가 발제·토론에 참여한 것도 이런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비교적 양호한 GDP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우리나라 실질 GDP는 -0.7%를 기록했는데 지출 측면에서 정부와 민간의 기여도는 각각 1.1%p, -1.8%p에 달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역성장 폭을 크게 줄였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전년도 역성장 기저효과와 수출 호황 영향으로 실질 GDP가 4.1% 증가했는데 정부의 기여도는 0.7%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하강 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적인 물가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국내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간의 경기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 규모마저 축소해버리면 올해 GDP 성장률은 정부가 대폭 하향 조정한 2.6%마저 밑돌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지출을 축소하더라도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면 경기 대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상대 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시 경기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일리 있는 말"이라면서도 "현재는 물가 안정과 경제 안정화에 상당히 방점을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과다하게 운영됐던 확장적 재정운용을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내년도에 '정부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이냐'는 것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즉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낸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혁파 등을 통해 민간 쪽에서 주도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기여는 지금까지 해왔던 수준보다는 조금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을 위해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나랏빚이 급격하게 불어난 점을 고려해 법률로 재정적자에 한도를 정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불과 2년 만에 재정준칙 관리지표를 '통합재정수지'에서 '관리재정수지'로 바꾸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7일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에서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재정수지 등 국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준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20년 10월 국가재정법을 개정,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국가채무 비율 60%를 기준으로 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2년 만에 '관리재정수지'를 기반으로 한 재정준칙을 다시 내놓으면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당시 정부는 "통합재정수지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금은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해야 재정건전성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통합재정수지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는 물론 일반회계·특별회계 등을 모두 포괄한 지표다. 반면 관리재정수지는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통합재정수지에는 국민연금 운용으로 40조원 정도 흑자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재정상황을 명확히 보기 위해선 관리재정수지가 정확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는 기존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전 국민의힘 의원 신분으로 "(재정준칙의) 계산식이 기상천외하고 한도도 느슨하다"면서 "원 없이 쓰고 간다,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재정준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새 재정준칙의 후속조치 내용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50.1%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비율이 향후 60%를 넘어설 경우 재정준칙상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에서 -2% 등으로 높여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등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는 재정준칙을 면제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야 재정건전화 계획을 다시 세우겠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부는 새 재정준칙을 법 개정 즉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하면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종전의 재정준칙도 당시 야당의 반발로 인해 2년여 간 국회에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구체적인 재정준칙은 9월중 발표해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명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재정준칙을 고려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키로 했다. 최 차관은 "올해 관리재정수지-5.1%를 내년에 -3% 수준으로 돌리기 위해선 확장재정 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며 "국가보조금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편성 시) 지출 구조조정 대상은 (경직되지 않은) 재량지출의 10% 정도로 10~12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허리띠를 졸라매되 내일을 향해선 주머니를 연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은 이렇게 요약된다. 확장재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불어난 국가채무는 틀어쥐면서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다.
새 정부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AI(인공지능), K(케이) 컬처 등 핵심 먹거리 산업을 담당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7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분야별 재정지원 방안, 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개혁 과제 등 향후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전략을 논의했다.
4개 토론 세션으로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토론 참여자들은 △새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과 재정 개혁 과제 △성장 동력 재가동을 위한 정책 과제 △인재양성과 문화 융성을 위한 지원 방안 △성장-복지 선순환을 위한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및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 추진 방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지난 5년간의 확장적 재정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최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고강도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민생경제 안정, 취약계층 보호 등 재정이 해야 할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기존의 국무위원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기업인, 연구자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발제와 토론에 적극 참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적합성을 늘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산업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의 주역인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종래 서울대 교수(LG디스플레이 산학협력센터장 역임),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등이다.
윤 대통령도 재정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되 미래 투자에는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초격차 전략기술의 육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양성과 같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에는 과감하게 돈을 써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는 확장재정을 중단하고 재정적자를 최소화하는 '건전재정'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2017년 600조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400조원이 증가해서 금년 말이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증가 규모와 속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재정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는 또다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며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서 기관 고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때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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