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 해군 직접 보니.. "무인 해상·공중 전력 확대"
항공기 70여대 탑재 '에이브러햄 링컨' 위용
(호놀룰루=뉴스1) 허고운 기자 =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훈련 '2022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엔 26개국의 최신예 함정과 우수 인력이 참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전력이 단연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혈맹이자 이번 림팩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전력을 파견한 우리 군은 미군의 첨단·차세대 전력과 함께 훈련하며 국방 발전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취재진이 림팩이 진행 중인 미 하와이 진주만을 찾은 7일(현지시간) 미 해군은 림팩 참가 함정을 공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미군이 림팩 공식 공개행사(오프십 데이)에 앞서 전력을 우리 언론에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미 전력 중 무인 수상정 '시호크'와 '시헌터'는 그동안 미국 내 훈련에서 운용된 적은 있지만 림팩에 참가한 건 처음이다. 이들 수상정은 135톤급에 길이 40m이며, 광학장비와 레이더를 이용해 30일 이상 자율 운항할 수 있다.
무인 수상정 운영을 맡고 있는 제레마이아 델리 미 해군 중령은 "유인 구축함은 300명 이상이 탑승하지만 무인 수상정은 그런 인원이 없어도 똑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크기도 작고 만드는 데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은 무인 수상정을 다국적 기동부대의 일원으로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고 유인 함정과의 상호 운용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림팩에는 '시호크'와 '시헌터' 외에도 무인 수상정 '노마드'와 '레인저'가 함께 투입됐다.
특히 '시호크'는 림팩 기간 우리 훈련전단장인 안상민 해군 소장이 지휘하는 다국적 연합 강습상륙작전부대인 176연합기동부대(CTF-176)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 해군은 아직 무인 수상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유·무인 복합체계 발전방향 및 운용개념 정립을 포함한 종합발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앞으로 정찰용 무인 수상정, 대잠 정찰용 무인잠수정, 함정 탑재 무인항공기 등 수상, 수중, 공중 모든 영역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 전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림팩에 투입된 무인 잠수정이 해군의 '미래'라면 '현재'의 강력한 군사력을 보여주는 미 자산은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비행갑판 길이 330m, 폭 77m에 이르는 '링컨'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5000명이 넘는다.
'링컨' 내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미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항모 지휘관 에이미 바우언슈미트 함장(대령)은 "우리는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려왔고 이번에도 유능한 파트너(동반자)들과 함께해 영광"이라며 "우리 임무를 완료할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링컨'의 비행갑판엔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약 75대의 항공기가 대기 중이었다. 영화 '탑건:매버릭'의 주역 F/A-18 '슈퍼 호넷'과 스텔스 전투기 F-35C '라이트닝2', 적 레이더를 교란하는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공중조기경보기 E-2C '호크아이' 등이 갑판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갑판 위 장병들은 훈련에 관한 대화를 나누거나 항공기를 정비하며 저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안내를 맡은 헬기 조종사 홍지혁 미 해군 대위는 "항모에선 수시로 출격 훈련이 이뤄진다"며 "어떤 날엔 24시간 쉬지 않고 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출격이 이어질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의 한 장교는 "지금 눈에 보이는 장비만 해도 평범한 국가의 공중 전력을 압도한다"며 "우린 '소멸하지 않는다'(Shall not perish)라는 구호를 늘 마음속에 새기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지속적으로 자산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언슈미트 함장은 '이 항모도 앞으로 무인기를 활용하느냐'고 묻자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했던 대사를 인용하겠다. 그럴 수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고 답했다.
바우언슈미트 함장은 "이미 우리 항모 중 1척인 '조지 부시'에서 무인 항공기 시험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항공 전력이 나올 때마다 어떤 능력으로 어떻게 운용될지 살펴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배우면서 전투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의 무인 공중 전력은 '링컨'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근에 정박된 상륙강습함 '에섹스' 격납고에 차세대 해상 무인 정찰 헬기 MQ-8 '파이어 스카우트'가 보관 중이었다.
취재진이 '파이어 스카우트'에 대해 묻자 미 해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 투입되진 않지만, 배가 다른 곳에서 활동하다 왔기 때문에 헬기도 여기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시간 이상의 체공시간과 1000해리(1852㎞) 이상의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파이어 스카우트'는 올해 초 작전 배치가 완료돼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이다.
'에섹스' 갑판 위에 오르자 한미동맹의 현재를 느낄 수 있었다. '에섹스'의 바로 맞은편에는 우리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이, 그 맞은편에는 '링컨'이 정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함정은 모두 이번 림팩에 참가한 한미 양국 군의 '최중요' 자산이다.
취재진과 함께 있던 크리스토퍼 바토스 미 해병 소령은 "아름다운 배들이 함께 있는 멋진 모습"이라며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동맹의 상징이고, 우린 함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섹스'에선 우리 장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안상민 해군 소장이 림팩 기간 '에섹스'에 편승해 원정강습단을 지휘하기 때문에 관련 임무를 맡은 장병들이 지휘소에서 근무 중이었다. 이들은 "미 전력을 직접 사용하며 배우는 면이 많은 데다 미 장병들과 함께 보내며 우정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진주만에서는 미 해군의 줌월트급 스텔스 구축함 '마이클 몬수어'도 각국 장병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마치 우주선 같은 형태의 '몬수어'는 길이 190m, 폭 24.6m로 현존 구축함 중 세계에서 가장 크고 레이더에 작은 어선 크기로만 잡힌다.
줌월트급 구축함의 척당 건조 비용은 44억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미 해군은 당초 32척을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비용 대비 효용 문제로 3척으로 크게 줄였고, 3척 모두 현재 인도·태평양 함대에 배치돼 있다.
우리 해군 관계자는 "우리도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면 빠른 속도로 해군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다른 모든 나라를 압도하는 미 해군을 보면 느끼는 게 많다"며 "림팩은 우리 미래를 고민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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