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K택소노미에도 원전 포함.."수출 쉬워지고 안전성 높아지고"

최민경 기자 2022. 7. 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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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원전 에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대우건설 제공)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한 데 이어 한국도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다시 찾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원전 기업들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K-택소노미 초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와 각계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정의하고, 친환경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을 분류하는 체계다.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에너지원은 녹색채권 발행,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원전을 뺀 K-택소노미를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원전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도록 K-택소노미를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택소노미에 원전이 최종 포함되며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할 당위성이 더 커지게 됐다.

앞서 유럽의회는 6일(현지시간)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의 택소노미 포함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찬성 328표, 반대 278표, 기권 33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U는 과도기적 에너지로서 원전과 천연가스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해 말 택소노미 초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EU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는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며 택소노미에서 배제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결국 표결에 부쳐졌고 이번 전체 회의를 통해 기존 결정대로 결론이 났다.

두산에너빌리티 체코·폴란드 원전 수출 도움…자금 조달 쉬워진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금융 조달이 쉬워진 만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업계와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체코, 폴란드 원전 입찰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영국에서도 한국 원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최초로 유럽 원자력 품질 관리 표준 인증서를 취득하는 등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일 유럽 국제표준 시험인증기관인 TUV SUD로부터 ISO 19443 인증서를 취득했다. 체코, 프랑스 등 다수의 유럽 국가 원전 운영사들은 원전 주기기 공급의 전제 조건으로 안전성 기준이 높은 ISO 19443 인증서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한국이 노리고 있는 수출 시장은 동유럽인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높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했을 것"이라며 "EU 권역 내 자금 조달이 수월해져 수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소노미 규정 충족 어렵지 않아"…K-택소노미 담길 내용은?
일각에선 EU 택소노미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까다로워 원전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우려라는 입장이다. EU 택소노미에 따르면 원전이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2025년까지 사고 확률을 낮춘 사고저항성 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정동욱 교수는 "택소노미의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설치 규정은 원자력발전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전 관련 국가 계획을 촉구하는 차원"이라며 "ATF의 경우도 미국, 유럽 등에서 현재 원자로에 넣어 시험 중이기 때문에 2025년까지 라이선스를 받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연가스 발전 같은 경우 원전보다 택소노미 규정이 훨씬 까다롭고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더라도 유럽 수준으로 조건이 까다롭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방폐장과 관련해선 현재 확보한다는 계획만 있고, ATF는 아직 상용화 목표연도가 2031년으로 유럽보단 뒤처져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방사성 폐기물 대응 준비를 오래 한 유럽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K택소노미는 유럽보다 완화된 조건이 담길 것으로 본다"며 "원전 부지 안 폐기물 보관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거나 원전업계의 주장대로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처리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K-택소노미에 사용후 핵연료 처리 관련 조건이 포함되더라도 원전의 안전성·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고,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자력업계는 오래 전부터 방사성폐기물관리금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원전업계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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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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