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더 커진 'R의 공포' 하반기 韓수출 녹록지 않아

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2022. 7.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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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배럴당 120달러 넘어섰던 국제유가 일제히 90달러선으로 하락
물가 하락 기대감 있지만 더 커진 '경기침체' 심리
美 연준 "물가상승률 2%로 낮추는 게 더 중요" 기조도 경기둔화 우려 키워
수출 의존도 높은 韓경제, 국제 수요 하락 조짐에 '비상'
전문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수출 계속 어렵고 소비·투자도 위축 가능"
스마트이미지 제공

경기침체 우려에 고공비행 중이던 국제 유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민생 불안의 주요 요인이었던 고물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경기하락으로 인한 총체적 난국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비행 끝…드리워진 글로벌 경기침체 그림자


스마트이미지 제공

고유가 행진에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0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7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99.8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4월말 이후 3개월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100달러가 무너진 데 이어, 6일에도 하락세를 보이며 98.53달러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휘발유·경유값 폭등으로 인한 고물가에 시름하던 국내 민생경제에 다소의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같은 유가 추이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가는 자산적 성격이 있어 시장을 통해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 뿐 아니라 투기심리 또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최근 일어난 유가 하락이 경기침체나 성장률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에드워드 모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부문장은 "거의 모두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며 "역사적으로 원유 수요는 최악의 세계적 침체 때만 감소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경기침체가 발생해 지속될 경우 유가가 올해 말 65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우선 물가부터 잡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회의 참석자들은 "통화정책 강화가 당분간 경제성장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다시 2%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 전망 상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기심리에 우리 경제도 '불안'…"수출 계속 어려울 것"


7일 코스피는 42.26포인트(1.84%) 오른 2,334.2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3.34p(1.79%) 오른 757.97, 원/달러 환율은 6.5원 내린 1,299.8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국제 경제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시간차를 두고 그 여파를 받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원유 의존도가 높아서 원유가의 변화가 반영되는 속도가 빠르다.

이르면 1~2주, 늦어도 3주 정도면 국내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개인 소비자 입장만 놓고 보자면 당장 주유할 기름 값이 낮아지니 호재로 읽힐 수 있지만 국제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2008년과 2014년의 유가 폭락 사태, 가깝게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초 유가 급락으로 조선과 철강, 플랜트 등 국내 주력산업이 상당한 침체를 겼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원재료비가 절감돼 생산단가가 낮아지지만 경기 둔화로 국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생산한 제품의 판매가 어려워진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추가적인 수출 부진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의 물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공급 측의 불안요인으로 이뤄진 것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에 문제가 생긴다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소비 심리 위축, 설비 투자 위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이번 주 들어 1310원대를 돌파하는 등 원화가 약세인 상황이지만 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원화가치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며 "가격이나 환율 등이 조건이 좋더라도 수출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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