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는 국민연금 지금 내도 못받아.."무소득 배우자, 제도 안으로"

권지담 2022. 7. 8.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공단이 제시한 해소 방안 보니

58살 전업주부 황진아(가명·서울)씨는 30살부터 약 3년 간 직장을 다니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다. 국민연금은 37개월 분만 납부한 상태로, 최소 납입기간인 10년(120개월)에 한참 모자란다. 황씨는 육아와 집안일 등 가사노동을 담당했지만, 국민연금에선 황씨와 같은 ‘무소득 배우자’를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적용제외자’로 분류한다. 만 60살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싶으면, 60살 전에 남은 83개월치의 연금을 마저 납부해야 한다.

57살 남성 김민호(가명·서울)씨는 최근 일자리를 잃어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이지만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 납부 예외를 인정받은 ‘납부예외자’가 됐다. 그동안 일용직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약 8년치(100개월) 국민연금을 납부했는데, 이를 반환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으려면 60살이 되기 전 3년간 20개월치를 더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 등 문제로 재취업이 쉽지 않아 직장가입자가 되기 어렵고, ‘임의가입자’(적용제외자 가운데 가입 희망자)로 납부하기엔 생활이 너무 빠듯한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공단)이 황씨와 김씨처럼 국민연금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는 1263만명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들의 공통점을 5가지 그룹으로 유형화함에 따라, 구체적 해법을 마련할 실증적 토대가 갖춰졌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단의 내부 보고서 <국민연금사각지대 해소방안>을 보면, 공단은 취약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사각지대 해소’ 우선 추진대상을 연령대별로 50대→40대→18∼26살→27∼39살 순으로 선정했다. 또 전체 사각지대의 42%를 차지하는 무소득 배우자를 구제할 방안 등 32가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제시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1가구 1연금’이 아닌 ‘1국민 1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보고서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50~59살 최우선 구제 대상자

공단이 노후 연금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대상자’로 꼽은 건 50대(50∼59살)다. 국민연금 수급연령(60살)에 가까워졌지만, 부채나 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가운데 50대는 282만2000명(22.3%)이다. 이들 중 지금부터 다달이 연금을 납부해도 60살까지 최소 납입기간인 10년을 채우기 어렵거나, 가입이력이 없어 남은 기간 추가납입이 불가능한 ‘수급권 불가능자'는 180만2000명, 63.8%를 차지한다.

공단은 50대를 위한 11개 방안을 내놨는데, 이 중 9개가 ‘수급권(최소 가입기간) 확보 조처다. 대표적으론 가입 상한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정년 연장과 연동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4년 65살까지 늦춰지지만,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만 59살에 고정돼 있다. 70살 미만까지 가입할 수 있는 일본·캐나다, 67살인 독일, 65살인 미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가입 상한 연령을 64살까지 연장할 경우, 2020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60∼64살 인구의 62.5%인 238만6000명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60살 이상이라는 이유로 가입 자격을 잃은 66만3000명에게 5년간 가입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저소득층 노후 생계 보장을 위해 최소 가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면 매년 4만5000명에게 연금 수급권이 주어질 수 있다.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때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주는 반환일시금을 폐지해도 수급권자를 늘릴 수 있다. 이밖에 △임의가입(적용제외자의 국민연금 가입)의 적극적 홍보 △실업 크레딧(현재 구직급여 수급 기간 보험료 75% 지원) 확대 △지역가입자 체납 해소(집중 징수 법제화 및 건강보험 수준의 고강도 징수)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반납(반환일시금 수령 뒤 수령액에 이자를 더해 반납하면 가입기간 복원)·추가납부 대부 제도 도입 등도 제안했다.

사각지대 42%는 무소득 배우자

기존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적용제외자를 제도 안으로 넣어 보호하는 것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된 과제 중 하나다.

사각지대 대상자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경제활동 미참여자’ 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이 531만1000명으로 추정되는 무소득 배우자다. 전체 사각지대의 42%에 해당하는데, 이 중 황씨와 같은 여성이 65.1%다.

공단은 무소득 배우자를 국민연금 적용제외자에서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출산 크레딧을 첫 자녀부터로 확대하고(현재 둘째 12개월·셋째부터 1명당 18개월 추가·최대 50개월 상한) △육아휴직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공단은 출산·군복무·실업 등 사회적으로 인정된 행위에 대해 실제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무소득 배우자에 대한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론 18~26살 가입확대 시급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를 확대하려면, 사각지대 규모가 가장 큰 18∼26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전체 사각지대 1263만명 가운데 18∼26살은 407만명(32.2%)으로 가장 많고, 이들 중 64.6%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는 ‘가입 기간 미보유자’다. 국민연금법에서 통상 취업 나이를 27살로 보고, 소득이 없는 18∼26살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 관리하면서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나잇대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현재 소득이 있음에도 그 액수가 적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실직 등으로 납부예외자가 된 청년들이다. 이들은 현재 학업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으나 향후 취업을 통한 연금 가입 여력이 있는 잠재적 ‘임의가입자’(적용제외자 중 가입 희망자)와 달리 장기적으로도 연금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득자료가 있는 18~26살 186만8000명을 직종별로 살펴보면, 일용근로소득의 비중이 43.7%로 사업소득(28.1%)과 근로소득(28.4%)보다 많았다. 전체 사각지대 대상자 가운데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비율도 18∼26살이 64.9%로 가장 높다.

공단이 내놓은 18∼26살 사각지대 해소 방안 7개 가운데 4개는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조처다. 공단에서 2050년 기준 신규 수급자(노령연금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을 추산한 결과, 2020년 18.5년에 비해 불과 5년 증가한 23.3년에 그쳤다. 1988년 시행된 제도가 정상적으로 안착한다면 점점 더 많은 가입자가 취업과 동시에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평균 가입기간도 크게 늘어나야 하지만, 기대 수준에 못미친 셈이다. 그 원인으로는 청년층의 미취업이나 불완전 취업 증가가 꼽힌다.

이에 공단은 생애 최초 가입자나 18살이 돼 가입을 신청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본인 부담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직업훈련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직업훈련 크레딧 도입)하거나 △1개월 미만 단기간 노동자도 가입 대상으로 전환하고 △취업과 실직이 같은 달에 있어도 1개월 가입한 것으로 계산하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