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소명 믿기 어렵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파문
증거인멸 교사 인정했으나, 성상납 판단은 안해 불씨 남겨
김철근은 증거인멸 혐의 당원권정지 2년 중징계
이준석 강력대응 예상, 국민의힘 당내 소용돌이
JTBC 장이사 윗선 보도도 논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심의 결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윤리위는 그러나 성 상납 사건의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과 위조를 교사했다는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성 상납 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아 이 대표 측으로부터 반론의 여지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원회 소명 자리에서 증거인멸 교사 행위를 부인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불복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당내 갈등이 더욱 증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7일 오후 7시부터 8시간 넘게 심의하는등 마라톤 논의 끝에 이 대표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이날 밤 9시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소명을 하고 나온 이후 3시간 만인 8일 새벽 3시경 회의실을 나와 발표한 심의결과에서 이 대표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하고, 징계사유로는 이 대표가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준석 당 대표가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의 인멸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한 이 대표의 이날 소명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김철근 정무실장이 2022년 1월10일 대전에서 장아무개씨(2013년 8월15일 접대 및 성접대 현장에서 이 대표에 대한 의전을 했다는 인물)를 만나 성 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성 상납 의혹이 허위라는 내용)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각서를 장씨에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윤리위가 △사실확인서의 증거가치 △이준석 본인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당 대표와 김철근 정무실장 간 업무상 지위관계 △사건의뢰인과 변호사의 통상적 위임관계 △관련자들의 소명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자료 △정무실장 위치에 있는 김철근 본인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준석 당원의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에 따라 이준석 당원은 윤리규칙 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다만 위원회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이 질문하려 하자 “상세히 발표 드렸기 때문에 질문 안 받겠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이 위원장이 회의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로 당원권 정지가 오늘부터 효력이 발생하느냐', '재심청구하면 어떻게 되느냐', '재심청구 가능하느냐',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된 것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으나 이 위원장은 일절 답하지 않았다.
성 상납 행위 여부의 판단을 하지 않은 점은 향후에도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거인멸 교사의 원인행위인 성 접대 행위가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못한채 이 내용을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각서를 써준 행위만을 징계의 행위로 판단했다는 뜻이어서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주장을 강하게 펴나갈 빌미를 줬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윤리위원회는 또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의 더 큰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양희 위원장은 김철근 실장의 징계사유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같은 윤리규칙 4조 1항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이 이준석 당대표 형사사건 관해 사실확인서 등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난 1월10일 대전에서 장모씨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자리에서 장씨에게 7억원 상당 투자유치 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서와 약속증서와의 대가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사실확인서의 증거가치 △이준석 사건 및 당 전체 미칠 영향 △사실확인서와 약속증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작성된 점 △장씨와 녹취록에서 장모씨가 김철근 당원에게 위 약속증서의 이행을 요구했고, 김철근 당원이 이행요구에 특별히 이의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김철근 실장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김철근 당원 윤리규칙 4조 품위유지 의무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강력 대응할까, JTBC 윗선 보도 논란도 “설움 북받쳐” vs “기획보도”
이에 이 대표는 곧바로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8일 0시경 윤리위 소명을 마치고 나와 “윤리위원회의 소명절차에 장시간 동안 성실하게 임했다. 질문한 내용들 제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모르겠다. 오늘 이 절차를 통해 당의 많은 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접대를 받았다고 소명했느냐, 안받았다고 했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이 대표는 이 정도로 하겠다고 한 뒤 자리를 빠져 나갔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윤리위원회에 소명을 하러 들어가면서 언급했던 JTBC의 '윗선' 의혹 보도도 논란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입장 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에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지난 몇 달간 뭘 해온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진짜 당 대표가 되고 1년 넘는 기간 동안에 저를 가까이서 본 언론인들은 알 것이지만 선거기간 동안 목이 상해서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어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가면서 선거에 뛰었던 동안,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걸 생각했나 보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달리는 저를 보면서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뭘 하고자 기다려온 것인지, 왜 3월9일 대선승리하고도 저는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했고, 6월1일에 승리하고 난 뒤에도 바로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까내리며 그 다음 날엔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사람과 마주치면서 오늘 아침은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며 일어났는지 지난 1년 간 설움이라는 것이 아까 그 보도를 보고, 진짜 북받쳐 올랐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JTBC는 7일 저녁 메인뉴스 '[단독] 이준석 의혹 폭로 배후에 '윗선' 있다? 음성파일 입수'에서 “성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을 전해드리겠다”며 “정치권의 누군가가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취지로, 목소리의 당사자는 사건과 관계된 장아무개씨(장 이사)다. '윗선이 있다'는 표현도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JTBC는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장씨가 일련의 폭로 배경에 누군가가 있다고 지인에게 털어놨는데, “이 대표를 겨냥한 모종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취지”라며 장씨의 육성을 방송했다. 장씨는 “여기 OO에 OOO라고 국회의원 선거 나갔던 형님이 있다. 그 형 통해 갖고 이렇게 들어간 거야 지금. 그 사람이 OOO 비서실이야.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이걸 들고 가서 얘기를 했을 거 아니에요, 다이렉트로. 이 사람이 (그래서) 뜬 거야. 이해 가요?”라고 말한다.
장 이사는 석 달 뒤인 지난달 30일, 다른 사람과의 통화에서도 “(성접대 물증을) 그러니까 찾고 있으니까 얘기할게요. 윗선에서는 안 돼요, 진짜. 윗선에서 자꾸 홀딩하라잖아요”라고 말하는 등 '윗선'을 언급한 육성이 나온다.
이에 이 대표에게 2013년 8월15일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8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경찰청에 관련사실을 확인하고 JTBC 취재에 응했던 참고인 등 모두에 사실관계 파악을 한 결과 명백한 기획보도”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윗선 언급을 두고 “장 이사의 '윗선' 언급은 평소 장 이사가 저에게도 자주 했던 농담으로 몰려오는 인터뷰를 거절할 때 핑계삼아 '윗선에서 못하게 한다', '모시는 분이 애국보수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며 극구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윗선으로 지목된 인사 OOO는 대전에서 널리 알려진 이핵관(이준석의 핵심 관계자) 중의 이핵관으로 유승민계 새보수계(새로운보수당)의 핵심”이라며 “JTBC의 보도대로면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이핵관 정치권 인사가 있다는 말이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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