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 벼랑끝 선 이준석..'화려한등판'에서 1년새 롤러코스터
권력투쟁 희생양 부각하며 재기 모색할듯..기사회생 가능할까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홍준석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는 액면그대로 보면 1월 초까지 당 대표로서 직무를 수행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현직 당 대표가 사실상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로 정치생명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대표 측 김철근 정무실장이 지난 1월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원 투자 유치'를 대가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유튜브 방송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윤리위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한 지 78일만 이다.
불과 1년 전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에 등극,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판했던 이 대표는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전국단위 선거를 두 차례나 승리로 이끌며 정권교체에 일조했으나, 대표직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벼랑 끝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의 나이는 36세였다. 당대표 후보군 중 '최연소'이자 '유일한 0선'으로 당내 거물급·중진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승리한 것이다.
0선 30대 당수의 출현은 그야말로 파란이었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고, 그가 주도하는 보수 혁신과 당 개혁 방향에 정치권과 여론이 관심을 기울였다. 이준석호의 출범은 2017년 탄핵사태 이후 궤멸되다 시피 했던 보수진영의 정권교체를 위한 변화와 쇄신의 몸짓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전당대회를 통한 경선 투표 방식으로 선출된 당권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1987년 체제 이후 원내 이력이 전무한 청년 정치인이 선거를 통해 제도권 정당의 당권을 차지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무후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천자격심사제 도입 등 각종 개혁 과제 추진에 속도를 냈고, 정체상태였던 당 지지율도 회복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보수정당의 취약지대였던 2030 청년층 지지기반을 확대한 것은 무시못할 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논쟁을 주도하면서 당 안팎에서 갈등의 한가운데에 섰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의힘에 싸늘했던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견인했지만, 이는 '이대녀'(20대 여성)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중도 및 진보 진영 등으로부터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샀다.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군으로도 심심찮게 이름을 올리며 '미래 보수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의 기세는 3·9 대선 경선 준비 과정에서 변곡점을 맞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대표와 당내 친윤그룹 사이 파열음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당시 일찌감치 범보수야권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윤석열 대통령은 상당 시간 입당 결정에 뜸을 들였고, 이 과정에서 이 대표나 당내 다른 주자 진영과 마찰을 빚었다.
윤 대통령이 입당 결정을 하기 전부터 그 주변에서 세력화 조짐을 보였던 당내 의원들을 향해 이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한 후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을 필두로 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과 이 대표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이 대표는 장 의원 등과 인선 문제를 두고 계속 잡음을 빚었고, 급기야 대선 본선 기간 당무를 중단하고 지방으로 잠행하는 '당대표 패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는 '화해의 제스처'로 파국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갈등을 온전히 봉합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도 비슷한 양상의 갈등은 반복됐다.
이 대표와 친윤 그룹 사이 이처럼 켜켜이 쌓여온 앙금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지난 두 달여 간 계속된 '집권여당 집안싸움'의 서곡이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에 이어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뒀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이 대표의 기여 여부를 놓고서는 당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계속됐다.
이 대표는 전날밤 소명을 위해 윤리위에 출석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면서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하던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윤리위 징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윤리위 배후로 윤핵관을 지목해온 그는 이날 징계 결정을 계기로 오히려 '결사항전' 모드에 돌입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 배후론'을 토대로 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 및 2030 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비롯한 여론의 향배 등이 이 대표의 기사회생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이 대표 중징계 결정 효력의 발동시기나 그 형태, 그리고 징계 수위 자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놓고도 당내 갈등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 대표의 예정된 임기는 일단 내년 6월까지다. 이날은 이 대표가 취임한 지 1년 27일째 되는 날이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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