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국정원이 왜곡한 보고서로 장관회의.. 그직후 '월북' 발표"

김형원 기자 2022. 7.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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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TF "공무원 피살뒤 연이틀 회의, 월북확정"
피살 관련 브리핑하는 서훈 당시 안보실장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9월 25일 남북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청와대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보내온 통지문을 공개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태스크포스(TF)는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 등에서 ‘월북 몰이’가 모의됐을 것이라고 7일 주장했다. 당시 열린 3차례 관계장관회의에 대해 TF 보고서는 “9월 23일은 월북 모의 회의, 24일은 월북 확정 회의였다”고 적시했다. 이들 회의를 거치며 정부 입장이 ‘추락 추정’(22일 대통령 서면 보고)→'월북 가능성’(23일 회의 직후)→'월북 추정’(24일 회의 직후)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국정원·국방부 등은 월북 정황만 취사선택한 ‘왜곡 보고서’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TF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실종 다음 날인 9월 22일 오후 6시 36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받은 첫 서면 보고에는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내용만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월북 가능성을 ‘낮다’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안보 관계장관회의, 같은 날 오전 10시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지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월북 가능성이 ‘높다’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TF는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방부는 23일 오후 1시 30분 “연평도에서 어업지도선 선원 실종” “선박에 신발 벗어둔 정황” “월북 가능성 열어둬”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이미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월북 암시’ 정황만 외부에 흘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튿날인 24일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를 한 차례 더 열었고 3시간 뒤 국방부·해경은 “월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문 전 대통령의 승인을 거친 발표였다고 한다. 같은 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 재외 공관에 ‘극단적 선택 가능성보다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리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2일 대통령 서면보고에 ‘추락 사고’였던 최초 판단이 이틀 만인 9월 24일에는 ‘자진 월북’으로 뒤집힌 셈이다.

피살 직후 23일 새벽에 열렸던 긴급 회의에는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동맹국과 대책을 논의해야 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배제됐다. 이 때문인지 강 장관은 9월 25일 화상 세미나 연설에서 ‘표류(drift)’라는 표현을 썼다. 여권 관계자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월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당시 불참했던 강 전 장관만 이런 분위기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선 국방부가 만든 보고서가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 주요회의에 공급된 첩보·정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발맞춰 월북 정황이 담긴 것만 ‘취사선택’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3~24일 올라온 첩보를 바탕으로 군이 보고서를 정리했다”며 “월북이 아니라는 정황이 담긴 첩보의 삭제, 왜곡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핵심 인물이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고발당한 정보 삭제 혐의도 당시 열렸던 회의에 제출된 보고서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에 사건 발생 직후인 22일, 23일, 24일 자의 관련 자료를 보고해 달라고 했는데 ‘그 일자의 자료는 없다’고 답변이 돌아왔다”며 “왜 국정원에 사건 초반 자료가 없느냐는 의문이 이번 박 전 원장이 (자료 삭제 혐의로) 고발됐다는 뉴스를 보고 풀렸다”고 했다.

최근 국방부에서 감청 기록을 보고받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월북이었다면 ‘북한에 살기 위해서 왔다’는 얘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감청 기록에는 월북이 아니라고 볼 만한 대목도 많았다는 의미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북한 간부를 인용, “(이씨에게) 월북하겠다는 것인지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살려달라고만 했다”며 “남측 인원이 우리 영해로 넘어온 이유가 표류라는 것을 알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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