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법에 못박기로.. 국가채무비율 50%대로 유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 주도 성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한 재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다. 전임 정부에서 늘어난 국가 채무(416조원)는 이전 두 정부(이명박·박근혜)에서 늘어난 것(351조원)보다도 많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튀르키예(터키)를 제외한 34국이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재정준칙 시행을 2025년까지 유예시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국가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한국은 2032~2033년경 국가신용등급(무디스 기준)이 1단계 강등되는 임계치에 도달하며, 경제성장률은 0.5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매년 11조원이 넘는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현 5%대에서 내년부터 3% 이내로 낮춰 관리하기로 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까지 50%대 중반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재정준칙 엄격하게 바꿔 법제화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복잡한 재정준칙은 지키기 어렵다. 단순하되 합리적인 준칙을 만들어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이 한도를 더 낮춰 적자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재정 군살빼기를 통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을 5%포인트 정도로 통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비율이 14%포인트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나라살림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쓰던 통합재정수지를 빼고 관리재정수지를 기준 지표로 쓰기로 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수치다. 현재 사회보장성기금 흑자 규모가 매년 40조~60조원이어서 이를 반영한 통합재정수지는 재정 부실 문제를 가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률보다 하위인 시행령으로 규정했던 재정준칙을 구속력이 더 큰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재정준칙안은 9월 초 발표 예정이다. 기재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9월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은 새 재정준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억제
하지만 고령화·저출산 등 상황 하에서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피하기 힘들다. 2020년부터 매년 100조원 정도씩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새 정부는 절반으로라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재정 기조가 유지될 시 현재 1000조원인 국가채무는 2027년 1700조원이 넘게 된다. 새 정부는 이를 1400조원대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국가채무의 절대적인 증가 자체는 불가피하다”며 “민간투자, 국유자산 활용 등 다각적인 재원 조달과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 607조원 중 최대 12조원을 아껴서 재정에 보탤 계획이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산에서 큰 바위가 굴러떨어져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문재인 정부가 새 정부에 넘긴 빚더미 유산이다”라며 “정치권이 선심성으로 마구 늘려놓은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 비율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209조원 국정과제 실행 자금 신속 투입
정부는 부채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는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절약한 재원은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국정과제에 소요될 209조원을 5년간 매년 예산안에 반영시키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11조6000억원이 국정과제 몫으로 반영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타격을 먼저 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서 조성된 자금으로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을 조이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기재부는 “규제 혁파를 통해 경제가 회복되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 체제로 바꿔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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