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日로 흘러간 '수상한 외환거래' 2조원 수사
최근 1년 사이 시중은행 2곳의 3개 지점에서 2조원대 자금이 해외로 외환 송금된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골드바(금괴) 등의 ‘거래 대금 명목’으로 송금됐지만, 송금한 업체들 규모에 비해 액수가 지나치게 크고 자금 흐름도 비정상 형태를 띤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년 동안 국내 2~3개 업체가 서울 강북의 우리은행 지점 한 곳에서 약 400회에 걸쳐 8000억원을 외환으로 환전해 중국과 일본에 송금했다고 한다. 또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 2곳에서도 국내 업체들에 의해 1조3000억원대의 외환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송금된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 이상은 지방에 있는 A사가 송금 주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A사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A사와 관련된 수십건의 ‘이상 거래’ 내역을 통보받아 계좌 추적에 착수했다. FIU는 지난달에도 A사의 ‘이상 거래’를 추가로 발견해 대구지검에 전달했다고 한다.
A사는 해당 거래에 대해 “금괴나 반도체칩 등 수입 물품 대금 결제를 위해 해외 송금한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4000억원 이상을 거래 대금으로 지출한 A사가 중소기업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해 A사 자금의 출처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인 A사가 수천억원을 단독으로 마련했다고 보기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시중은행의 ‘이상한 외환 송금’ 규모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금융당국 조사로 점점 더 증가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8000억원대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외환거래’를 내부 감사를 통해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해당 우리은행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어 금감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1조3000억원대의 ‘외국환 이상 거래 현황’을 보고받고 지난달 30일 신한은행 지점들에 대해 현장 검사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담당 부서인 일반은행검사국 인원으로 조사를 감당하기 어려워 외환감독국 인력까지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상한 외환 거래와 유사한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 발생 직후 조사 인원을 늘려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업체들 해명대로 실제 금괴 등의 물품 구입 대금으로 외환이 송금됐을 가능성과 함께, ‘해외자금 세탁용’일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로 유입된 중국 등 외국계 자금이 금괴 등 물품 거래를 위장해 국내 은행을 통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해외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세력이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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