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과시한 친명.. 비주류 "패권 입증, 어리석은 힘자랑"

김아진 기자 2022. 7.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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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룰 수정되자 반대 목소리 커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명계 뜻대로 8·28 전당대회 룰(규칙)까지 수정하자, 당내 비주류는 “친명 패권 시대”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7인회’로 시작한 친명계는 대선을 거치며 세를 확장한 데 이어 이재명 의원의 여의도 입성과 당권 도전을 계기로 몸집을 더 키워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친명계 반발에 못 이겨 전당대회 룰 변경을 번복한 일을 두고 “극성 당원들, 강경파 의원들의 집단행동으로 하루 만에 결정이 뒤집힌 것은 이례적”이라며 “당무가 빈대떡처럼 자꾸 뒤집힌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5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확정한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의 일반 여론조사 30%’ 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 ‘중앙위원회 100%’안으로 변경했다. 당에 오래 몸담았던 중앙위원들의 투표로 당대표 후보 3명을 가려 본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친명계는 “이렇게 되면 이재명 의원이 컷오프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 의원의 극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도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비대위가 전준위와 전혀 교감 없이 (전대 룰을) 결정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169명 중 63명이 비대위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하며 사실상 친명계 편에 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인회였던 친명계가 그만큼 세를 늘린 것”이라고 했다. 결국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하루 만에 전준위가 확정한 ‘여론조사 30%’ 안을 받아들이겠다며 수정안을 거둬들였다.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 원내대표, 진성준 원내 수석부대표, 박찬대 원내 수석부대표. /국회 사진기자단

5선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과 개딸들을 비판하며 “힘 함부로 자랑하는 자는 반드시 힘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득의만만하고 있겠지만 참 어리석은 짓이다. 민주당의 고질적 ‘찌든 계파와 악랄한 팬덤’이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친명계 연판장에 대해 “처음에는 30명 정도였는데, 63명이 사인했다”며 “참 민망합니다만 2년 뒤 총선 공천을 의식한 분들이 가담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과 이낙연이 붙는 전당 대회였다면 지도부가 이렇게 팍팍 뒤집었겠냐”며 “솔직히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세대를 좀 얕본 거 아니냐”고도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는 이재명 의원에게 맞서기 위해 97세대인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등이 출마했다. 박주민 의원도 8일 출마 선언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 소동에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며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의원 중 친문도 상당수다.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고 나면 친문과 비주류는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연판장을 주도한 친명계도 당초 이 정도의 호응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 의원은 “이름을 올린 전체를 친명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대 룰의 디테일을 두고 각자 생각이 엇갈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자칭 개딸인 20대 여성 4명과 면담을 하고 맞절을 주고받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자들을 달래려고 잡은 일정”이라고 했다. 친명계는 최고위원 선거에 누굴 내보낼지 고심하고 있다. 친명계 인사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도 비명계 최고위원이 많으면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다. 다만 강경파 의원이 나서면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이 의원도 강성보다는 합리적인 인물을 러닝메이트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당대표’에 2명 안팎의 ‘친명계 최고위원’을 배출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 출마가 좌절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의원 비판을 이어갔다.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저를 장식품으로 앉혀 놓으신 것이냐”며 이 의원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그는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박지현이 자신을 이준석, 김동연급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이 의원도 같은 생각인가. 저를 추천하셨고 ‘처럼회’를 지휘하고 계신 이 의원이 직접 답변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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