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국립의대 설립".. 30년 숙원사업 재도전 나선다
전남도가 문재인 정부 시절 좌절됐던 30년 지역 숙원 사업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민선 8기 핵심 도정(道政) 과제로 정하고 7일 재도전을 선언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전남도가 유일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4년간의 경험을 발판 삼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를 설득해 ‘30년 의과대학 설립 여정’에 종지부를 찍고, ‘공공 의료 확충’과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전남도는 기존 전남 지역 국립대학에 의예과와 의학과 등을 신설해 국립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중증·응급 환자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인 부속병원(대학 병원)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상 700개에 의사 250명을 포함한 의료 인력은 1050명 규모다.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실현되려면 중앙정부의 인가가 있어야 한다. 보건 정책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가 전남에 의사 정원이 추가되는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이후 교육부가 설립을 검토해 인가한다. 정부가 설립을 결정해도 초기 의사 양성에만 6년이 걸린다. 가령 올해 하반기 정부가 전남에 국립의대 설립을 전격적으로 발표해도 오는 2029년에야 현장에 의사들이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민의 건강권을 지키려면 한시가 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7월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골자로 한 공공 의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당정(黨政)은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전남 지역 의대 설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며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이면서 물거품이 됐다.
윤석열 정부도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을 국정 과제로 정하고,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창환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정부는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전남의 국립의대 설립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제 의사협회와 정부를 설득해 국립의대 설립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의 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전남에는 몇몇 종합병원은 있으나 국립의과대학 토대가 없어 20개 이상의 진료과를 갖추고 고난도 중증 질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전남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기대 수명은 80.7세로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한 사람당 연간 의료비는 241만9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뇌혈관·소아외과 전문의는 아예 없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0만명당 1.4명에 그친다. 암 진단·치료를 전문으로 한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경우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 소속으로, 사실상 광주 권역에 있는 병원이다. 이영춘 전남도 식품의약과장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는 도민은 연간 80만명”이라며 “연간 의료비 유출 비용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설립해 운영하는 강진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등 진료과 10개에 응급실도 운영하지만 농어촌 의료원이라는 이유로 의사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2020년 9월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보면 서울 3.2명, 부산 2.4명, 대구 2.5명, 광주 2.6명 등인데 반해 전남은 1.7명에 불과하다.
유선주 목포대 간호학과 교수는 “전남은 고령화 등으로 의료 취약 인구가 많고 공공 의료 수요가 높은 곳”이라며 “그동안 민·관·학(民官學)의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이제 실천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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