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 끝에 선 이사·중개업체.. 줄줄이 폐업·감원
서울 동대문구에서 포장이사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올해 3월 가게를 정리하고 영업용 트럭도 1대만 남기고 모두 팔아버렸다. 올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탓에 코로나 이전보다 일거리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사무실 임차료나 차량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폐업 후 A씨는 알고 지내던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일거리를 받거나 다른 이삿짐 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A씨는 “과거엔 한 달 수입이 1000만원을 넘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300만원도 못 버는 달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B씨는 3년간 함께 일했던 중개 보조원을 지난 5월 내보냈다. 올해 매매 거래 중개는 한 건도 못 했고, 전·월세 계약도 한 달에 한 건 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정이 많이 든 직원이었지만, 월 기본급 50만원 주기도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전국 주택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중개업소나 이사업체처럼 거래량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에선 비용을 최대한 아끼며 버티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반짝 특수’를 누리던 인테리어·가전업계도 수요 감소와 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택 거래 급감에 문 닫는 이사업체
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15만5987건으로 작년(31만5153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06년 부동산원이 거래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5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 서울 거래량은 올해 1~5월 79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5159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가 급감하면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물론, 전·월세 거래도 예년보다 줄어 이사 수요가 급감했다. 서울시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모두 일감이 너무 없어 힘들어하고, 협회 직원도 몇 명 줄었다”며 “회원사 중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 신고를 하고서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역시 주택 거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개업 중개사는 11만명 정도인데, 매매 거래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에 수입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작년 1~5월 95건이 거래됐는데, 올해 같은 기간 거래량은 26건뿐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때보다 체감 경기가 나쁜 것 같다”며 “거의 모든 중개사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대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 거래량이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가전업계도 우울
인테리어업계는 이사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주방 가구업체를 운영 중인 C씨는 “일감은 작년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인건비, 자재비가 폭등하면서 원가는 30~40% 올랐다”며 “판매가를 올리면 손님이 떨어져 나가고, 밑지고 장사할 수도 없어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관련 대기업인 한샘과 LX하우시스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0% 넘게 줄었다.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줄자 가전제품 교체 수요도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2%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257억원 흑자에서 8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관계자는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가전제품을 바꾸는 수요가 적지 않은데, 주택 거래가 없다 보니 매출은 줄고 물류비용 같은 원가 부담은 늘어 경영 실적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되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까지 타격을 받는다”며 “거래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세금이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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