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법원·기차역 구내식당 점심시간 '직원 반, 외부인 반'

신지인 기자 2022. 7.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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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찾아간 서울 은평구 은평우체국 직원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우체국에서 걸어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민모(69)씨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최근 2개월째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 직원은 5000원, 외부인은 5500원만 내면 반찬 4가지에 국을 주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숭늉과 샐러드도 준다. 민씨는 “요즘 밖에서 사먹으면 한 끼에 1만원 가까이 드는데, 여기선 절반이면 된다”며 “집에서 30분 걸어서 여기까지 일부러 온다”고 했다. 이 우체국에 따르면 이곳 직원 식당은 하루 100명 안팎이 이용하는데 그중 30~40명이 민씨 같은 외부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윤철우(59) 조리장은 “인근 경로당에서 20여 명의 노인 단체 손님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외식 겁나요… 직장인들까지 관공서 구내식당으로 - 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부담도 커지면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도서관 구내식당 등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내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지호 기자

지난 6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 올라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많이 뛰었다. 외식 물가는 같은 기간 8% 올라 약 29년 8개월 만에 가장 상승폭이 컸다. 웬만한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데 1만원은 족히 든다. 점심 값이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그렇다 보니 최근 우체국과 법원, 기차역 등 관공서의 직원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민간 식당보다 더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곳곳의 법원 식당이 외부인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서울에서 외부인 출입 가능한 곳은 대법원 내 국화식당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등기국, 서울가정법원, 동부·서부·북부지법의 식당 등이다. 가격은 5000~5500원대다. 원래는 재판이나 소송과 관련해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만, 방문 목적 등을 따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등기국 식당은 서초구 주민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직원은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민원인은 12시 30분부터 1시간으로 이용 시간대도 구분돼 있다. 용산역에도 숨겨진 맛집이 있다. 9·10번 승강장 옆의 흰 철문이 바로 5층 ‘용산고속열차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통로다. 가격은 직원보다 300원 비싼 4800원이다. 지난 6일 이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정윤호(36)씨는 “자율 배식이라 밥을 푸짐하게 담을 수 있어 좋고, 창문도 크게 나 있어 쾌적하다”고 했다. 도시철도 신촌역과 이대역 내부에 있는 식당도 외부인이 이용 가능하다.

관공서의 저렴한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다. 온라인 홈페이지 ‘밥풀닷컴’에서는 서울의 각 구별 식당 리스트를 정리해 올려놓고 있다.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 중 하나는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지방조달청의 식당이다. ‘조달청 식당이라 그런지 가성비가 좋다’ ‘뷔페식이라 눈치 안 보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우리동네 구내식당’ 앱에서는 교회나 구청, 대학 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 리스트와 식단 등이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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