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바뀐 대전·충남서도 '공공기관장 거취' 논란

우정식 기자 2022. 7.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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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 출범 이후 대전시와 충남도의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를 놓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전직 시·도지사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의 거취를 두고 새 지방정부의 출범을 고려해 “자진 사퇴하는 게 순리”라는 주장과 “법적으로 정한 임기를 보장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전과 충남의 경우 지난 민선 7기 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지사가 임명한 산하기관장들이 현재 대부분 임기가 남아 있다. 두 곳 모두 국민의힘이 탈환한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후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장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기존 산하기관장 가운데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새 단체장과 호흡을 맞추며 새롭게 정책을 펼치려면 새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취임 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정치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공동 경영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전임 시장과 함께했던 분들이 스스로 (거취를) 선택하는 게 맞는다. 상식과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시정 변화 흐름에 맞춰 전직 시장과 일했던 산하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지난 4일 취임 후 처음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그동안 방만하게 경영한 공공기관은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도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회계법인에 맡기도록 하고,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감사를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도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직 도지사가 임명한 산하기관장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는 앞서 당선인 시절 “지사와 함께 도정에 참여한 사람은 지사가 떠날 때 같이 떠나는 것이 상식”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충남도 산하기관장은 “(김 지사가) 경영평가를 재차 강조해 기존 기관장들은 압박감을 느낀다”면서 “보장된 임기인 만큼 아직 중도 사퇴할 뜻은 없다”고 했다.

7일 대전시와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민선 7기 때 임명된 시·도 산하 공공기관장 가운데 남은 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는 대전이 65%, 충남이 66%에 달했다. 일부 기관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대다수는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대전시 산하 공공기관은 공사, 공단,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해 총 17개다. 이 중 대전시설관리공단,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신용보증재단, 대전과학산업진흥원 등 11개 기관장 임기는 1년 이상씩 남았다. 이 가운데 김경철 대전교통공사 사장과 고경곤 대전관광공사 사장이 임기 종료 전 사직을 신청했고, 지난 5일 사직 처리됐다. 이어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도 임기를 1년 2개월 앞두고 지난 5일 사표를 제출했다. 7일 현재 3명의 기관장이 사퇴한 것 외에 나머지 기관장들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당분간 임기를 다 채울지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충남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전체 24개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를 마치는 기관장은 8명, 내년 하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6명이다. 2024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이 9명, 2025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도 1명 있다. 하지만 사퇴 의사를 밝힌 기관장은 아직 없는 상태다.

전직 시·도지사가 임명한 산하기관장에 대해 현직 시·도지사가 사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런 탓에 지방정부 교체기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도 산하 기관장 임기를 시·도지사 임기와 맞추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지방공사와 공단은 현행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3년 임기가 명시돼 있어 지자체가 단독으로 이를 바꿀 수도 없다.

최진혁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는 기관장은 임기를 다 채울 수도 있겠지만 전직 단체장이 정무적으로 임명한 인사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전·후반기 2년씩으로 바꿔 단체장 교체 시기와 맞추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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