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소비패턴 보니.. 카페할인 큰 카드 알려드리죠"
A씨는 한 통신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 세 곳과 카드사 두 곳의 금융정보를 전송해달라고 신청했다. 금융정보를 받은 통신사는 인공지능(AI)을 통해 A씨의 자산 현황과 소비 성향을 분석해 ‘인터넷TV 요금제와 신용카드를 바꾸라’고 조언했다. 햄버거 가게를 즐겨찾는 A씨를 위해 직장 근처의 햄버거 맛집도 함께 추천했다. 통신사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이처럼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업체 중 처음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통신이나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승인을 받았다고 7일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도 최근 사업 허가를 신청해 연내 통신 3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금융·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재무 현황이나 소비 습관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특히 소비자가 여러 군데로 분산된 자신의 각종 데이터 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기업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금융 기업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사가 금융, 의료 사업도 한다?
통신업계는 올해를 마이데이터 원년으로 보고 있다. 통신 3사 모두 마이데이터를 주력 사업에 포함시켰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마이데이터를 사업 목록에 추가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6월 AT&T, 델타항공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전문가를 최고데이터관리자(CDO)로 영입했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사장이 “통신은 3등이어도 데이터는 1등 하겠다”고 할 정도로 이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통신 3사는 그간 축적한 통신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대출 상품, 통신 상품을 개인의 호주머니 사정이나 취향에 맞게 추천하거나, 통신사의 마이데이터 플랫폼에서 계좌 잔액·카드 청구 금액을 한 번에 확인하고 통신료 납부까지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은행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통신사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들로선 고급 금융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거나 상품·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구독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뿐 아니라 유통,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022′에서 “통신사도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의료나 쇼핑 서비스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발전하면 소비자의 금융 정보를 파악해 가격과 취향을 동시에 반영한 제품을 알고리즘으로 제안할 수 있고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장보기 상품 추천도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데이터 원유(原油) 확보한 통신 3사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의 금융·신용 데이터를 자사 플랫폼으로 모아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신 3사는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청 전부터 금융 업계와 합종연횡을 통해 서비스 경쟁을 준비해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C제일은행과 마이데이터 전용 클라우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BC카드·케이뱅크 등 금융 자회사들을 통해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면서 마이데이터 앱인 뱅크샐러드에도 250억원을 투자했다. LG유플러스는 신한은행·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 ‘디키타카’를 시작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앞서나가 있지만 통신사들은 오랜 사업을 기반으로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데다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 관리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특히 가입자 3000만명을 보유한 패스(통신 3사 인증서비스) 인증서를 마이데이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했다.
☞마이데이터
소비자가 금융사·통신사·공공 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정보를 쉽게 파악하고 원하는 업체에 이 정보를 제공해 자신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추천받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내 개인 정보는 나의 것’이란 개념이 바탕이다. 예컨대, 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금융 투자 상품을 추천받거나 비슷한 연령·연봉대 사람들과 소비 성향, 자산 운용 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이동 경로와 소비 패턴을 통해 맛집이나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민주당 84세 펠로시 20선 성공
- “24시간 내 전쟁 끝낸다” 장담한 트럼프… 우크라전 종식 가능할까
- [속보]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 확정…CNN "선거인단 276명 확보"
- 조선소에 가짜 대기 정화시설 납품해 116억 챙긴 일당 송치
- 尹대통령, 트럼프 당선 축하… “한미동맹 밝게 빛날 것... 긴밀한 협력 기대”
- 문다혜, 검찰 조사 세 번째 거부 “출석 대체할 다른 방법 생각해달라”
- ‘위험구역’ 강화도서 쌀 담긴 페트병 120개 던진 50대 적발
- 美행동주의, 콜마홀딩스 지분 5% 매수...”단순 투자”
- KPGA 상벌위 3시간 마라톤 회의… 라커룸 손상 관련 김주형에 서면 경고
- 김예지, 총 내려놓고 당분간 휴식기... “엄마 역할 충실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