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여줄 땐 아이 옆에서 함께 대화하세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아이에게 얼마나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디지털 기기는 스마트폰, 태블릿PC뿐 아니라 게임기, 소리펜, 유아 학습 기기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VR(가상현실) 체험 장비도 등장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 아이들이 바깥에 잘 못 나가고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부모들이 디지털 기기를 보여주면서 시간을 보내려 하는 집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오래 보여줘도 괜찮은 걸까?” 궁금해한다. 사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이 발달과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한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하지만 국제적인 소아·청소년 관련 학회들은 공통적으로 “만 2세 전에는 TV나 스마트폰 등을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많이 보면 언어·정서 발달에 악영향
요즘 스마트 기기는 TV처럼 일방적으로 시청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화 등 상호작용, 인터넷 검색 등도 가능하다. VR 같은 최신 장비는 오락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치료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의존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른바 ‘스마트 기기 과의존’은 스마트 기기를 일상에서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사용 시간을 조절 못하고,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문제를 겪으면서도 계속 사용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만 3~9세 유아·아동 중 과의존 위험군은 2019년 22.9%, 2020년 27.3%, 2021년 28.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유아 4명 중 1명이 ‘스마트 기기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얘기다. 필자가 속한 한양대 연구팀 조사 결과, 만 3~5세 유아 최초 스마트 기기 사용 시기는 주로 ‘만 1~2세’로, 사용 목적은 대부분 ‘동영상 시청’이었다. ‘아이를 조용히 있게 해야 할 때’ ‘부모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너무 많이 보면 언어나 정서, 인지 발달에 좋지 않다. 아이는 부모와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언어 감각이 발달하는데 디지털 기기는 아이에게 화면과 소리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 언어뿐 아니라 표정·몸짓·접촉 같은 비언어적 상호작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아이의 전반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다른 위험은 아이가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쉽게 달래기 위해 자꾸 스마트폰을 주기 시작하면 아이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 더 큰 불안감을 갖게 된다. 또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과도한 시각적 자극 등을 받으면 빠르고 강한 정보에만 익숙해져 아이의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건강에 좋지 않다. 디지털 기기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손가락 위주 소근육 발달은 일시적으로 빠를 수 있을지 모르나 눈 질환 또는 두통,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5세 이후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만 2세 전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지 않게 하고, 2~5세는 부모와 함께, 하루 1시간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아이가 접할 디지털 콘텐츠가 적절한 내용인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때 아이 혼자 두기보단 부모가 곁에서 함께 보면서 아이와 대화하는 등 상호작용을 하면 좋다. 나이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부모와 함께 적절한 시간만 사용할 경우,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5세 이후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식사 중일 때나 잠자기 전에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모가 디지털 기기를 너무 많이 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금 힘들더라도 시간을 내 부모가 아이와 몸을 쓰며 같이 놀아주고 다정한 표정과 말투로 대화를 하려 노력해야 한다. 부모와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보여달라고 보채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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