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장차관급 50명 줄사의에 결국 항복.. 3년만에 불명예 퇴진

파리=김윤종 특파원 2022. 7.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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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英총리 전격 사퇴
퇴진 압박에 "당대표 물러나겠다"
"총리직 10월까지 유지".. 논란일듯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7일(현지 시간) 집권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새 리더, 새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당의 의지”라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제1당 대표에게 총리 직이 자동 승계된다. 그러나 “총리 직은 새 총리가 정해지는 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며 장관 인사를 단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파티게이트’로 지난달 보수당 신임 투표를 간신히 통과한 존슨 총리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에 임명할 때 성(性)비위 전력을 몰랐다는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최소 50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존슨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사의를 밝혔다. 그가 허수아비 총리가 되면서 남은 브렉시트 과제 해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 대오에 균열이 가는 등 영국 리더십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슨 英총리, 與대표 전격 사임

‘파티게이트’ 겨우 넘겼지만 성비위 인사 옹호 거짓말 들통
최측근까지 나서 “사퇴하라” 압박… “10월까지 총리직 유지” 밝히자
보수당내 “총리직도 내려놔야”… 노동당 “불신임 표결 요구할 것”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 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당 대표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브렉시트를 이뤄냈고 팬데믹을 극복했습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7일(현지 시간) 낮 12시 반,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선 보리스 존슨 총리(58)는 당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치적 자랑을 잊지 않았다. 존슨 총리가 “‘세계 최고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슬프지만 10월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하자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우’ 하는 야유가 나왔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의 오만함이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며 “인플레이션 11%, 유럽이 전쟁에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라고 전했다. 실권 없는 총리가 된 그의 퇴진은 신뢰가 특히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 존슨 “군중심리로 나를 몰아내”

올 2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할 때 그가 과거 성(性)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몰랐다는 존슨 총리의 말이 허위로 드러나자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보수당 의원들은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총리 사퇴를 압박했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까지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5, 6일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레이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비이성적인 군중심리(herd mentality)로 나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브렉시트를 놓고 갈팡질팡하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러나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달 당 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 NYT “영국의 리더십 공백 우려”

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그는 7일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이 10월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면 의회에 정부 불신임 표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존슨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지면 의회는 해산되고 총선이 실시된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수낵 전 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BBC는 경제 위기가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대인 9% 이상 올랐는데 세금은 늘어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고 우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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