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의사록엔.. 인플레 90번 등장, 경기침체는 0번

손진석 기자 2022. 7.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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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공격적 긴축 예고.. "경기둔화 각오하고 물가 잡을 것"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모두 90번 언급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의사록은 12쪽이다. 한쪽당 ‘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7.5번꼴로 등장한 셈이다. 한 달 전인 5월 FOMC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이 66회 나온 것과 비교해 언급 횟수가 확 늘었다. 5월까지 3개월 연속 8%대 상승률을 이어간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의사록에서 연준은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본색을 드러내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해 물가가 오를 때 늑장 대응을 하다가 뒤늦게 ‘금리 급발진’을 하면서 세계 경제를 침체의 공포로 밀어넣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6월 의사록에 인플레이션 90번, 경기 침체는 0번

연준은 지난달 14~15일 열린 FOMC에서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했다. 의사록에는 경제에 다소 악영향을 주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연준 위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위원들은 “통화 정책의 강화(금리 인상)가 당분간 경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다시 (연준의 목표인) 2%로 낮추는 것이 최대 고용의 달성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이 수없이 되풀이된 것과 대조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라는 단어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과거에 예상한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는 견해를 굳혔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더 긴축적인 기조가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 위원들은 “다음 회의(7월 26~27일 열리는 FOMC)에서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연준의 금리 변화를 측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이날 의사록이 공개된 직후 연준이 이달 말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확률을 93.9%까지 끌어올렸다. 전날 83.8%였던 것과 비교해 10%포인트쯤 상승한 것이다. 이달에도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불과 두달 사이에 1.5%포인트나 오르게 된다.

미국의 물가 애널리스트인 오마이어 샤리프는 “의사록을 자세히 보면 8.6%라는 5월 물가 상승률을 보고 연준 인사들이 겁을 먹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연준이 물가 문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불을 꺼야 하는) ‘5단계 화재 경보’로 격상시킨 것”이라고 했다.

◇IMF 총재 “매우 거친 바다에 있다” 경기 침체 우려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연준의 ‘경기 둔화 불사론’은 금리 인상에 대한 분명한 신호지만, 그렇다고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과속 인상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확산,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악재를 열거한 뒤 “(세계 경제) 전망이 상당히 어두워졌다. 우리는 매우 거친 바다에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배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추격전’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확률이 더 커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제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는 이날 “이미 냉각되고 있는 경제에 왜 연준은 찬물을 끼얹느냐”고 비판했다.

이미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는 지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3이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비스업 고용 둔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 연준이 원하는 대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인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의문의 여지 없이 침체라고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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