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미래] 고령화 속 감염병 시대의 귀환

2022. 7. 7. 23: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간, 자연 침범.. 봉인질병 해제
고도의 도시화로 초밀집 생활
감염병, 사회 약한 고리들 강타
새 보건안보체계 구축 급선무

역사상 거의 모든 사회는 고출산·고사망에서 사망률이 먼저 낮아지고 이후 출산율이 낮아지는 보편적인 인구변천의 경로를 따라왔다. 이 인구변천에서 사망 부분만 따로 떼어 보면 질병과 사망 원인의 변천과정이 담겨 있다. 인류는 농경사회에 들어 오히려 사망률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수렵이동 생활에서는 없었던 전염병이나 기생충 감염의 증가와, 기근이나 전쟁 등으로 생존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주로 사망하였던 이들은 영유아 등 아동들과, 출산 관련 사망 위험이 높았던 출산연령기 여성들이었다.

산업화 시기 직전부터 유럽에서는 영양상태의 개선, 하수도 등 보건위생의 도입, 영유아 양육보건 개선 등으로 사망력이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보건의학의 발전으로 사망률은 크게 낮아진다. 놀라운 것은 그 시작이 비(非)의료적인 요인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의료기술적 처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건강은 사회경제 및 생활행동적 환경들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감염병도 그러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콜센터, 물류창고, 요양병원, 요양사, 수급자 등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강타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한편 20세기 중반 백신의 발전은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였고, 이제는 전염병 통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믿기 시작했다. 많은 의료 선진국에서 1980년대부터는 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고령인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관리로 질병에 관한 접근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제 주로 사망하는 인구는 노인들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승리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1980년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공포는 새로운 전염병 시대로의 귀환을 예고하였다.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들이 출현하는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이들 새로운 질병은 모두 원인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인수공통질병으로,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면서 그간 봉인돼 있던 질병들이 인류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또한 항생제 등 의약품에 강한 내성을 가진 슈퍼 병원체의 등장도 인류의 건강에 또 다른 감염병적 위협 요인이다.

사실 인류의 건강 개선과 의학 발전에도 인류는 점점 더 감염병에 취약해지고 있다. 고도의 도시화로 인류는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밀집해 생활하게 되었다. 이것은 감염병이 확산되기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세계화와 운송기술 발전으로 세계적 수준에서 인구의 국내외 이동성이 높아진 것도 감염병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특정 국가 출신 체류자(국적자)의 국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지는 않는다.

고령화도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면역력이 낮은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또한 거대한 면역취약 집단의 형성은 인간에 안착하기 쉬운 새로운 변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감염병 위기를 더욱 증대한다. 더불어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게 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지금과 같은 강한 보건의료 리더십을 갖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마다 코로나19 방역과 같은 대응을 반복할 수는 없다. 안정적 보건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건의료 공공성 확보뿐만 아니라 신약 및 백신 개발 생태계 구축, 원격진료 등 보건의료 효율화 고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의 건강 취약성을 개선할 정책·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보건복지의 다양한 영역에서 초고령 시대 적응에 대한 실제적 방안을 서둘러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수장은 공석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