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미래] 고령화 속 감염병 시대의 귀환
고도의 도시화로 초밀집 생활
감염병, 사회 약한 고리들 강타
새 보건안보체계 구축 급선무
역사상 거의 모든 사회는 고출산·고사망에서 사망률이 먼저 낮아지고 이후 출산율이 낮아지는 보편적인 인구변천의 경로를 따라왔다. 이 인구변천에서 사망 부분만 따로 떼어 보면 질병과 사망 원인의 변천과정이 담겨 있다. 인류는 농경사회에 들어 오히려 사망률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수렵이동 생활에서는 없었던 전염병이나 기생충 감염의 증가와, 기근이나 전쟁 등으로 생존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주로 사망하였던 이들은 영유아 등 아동들과, 출산 관련 사망 위험이 높았던 출산연령기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승리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1980년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공포는 새로운 전염병 시대로의 귀환을 예고하였다.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들이 출현하는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이들 새로운 질병은 모두 원인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인수공통질병으로,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면서 그간 봉인돼 있던 질병들이 인류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또한 항생제 등 의약품에 강한 내성을 가진 슈퍼 병원체의 등장도 인류의 건강에 또 다른 감염병적 위협 요인이다.
사실 인류의 건강 개선과 의학 발전에도 인류는 점점 더 감염병에 취약해지고 있다. 고도의 도시화로 인류는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밀집해 생활하게 되었다. 이것은 감염병이 확산되기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세계화와 운송기술 발전으로 세계적 수준에서 인구의 국내외 이동성이 높아진 것도 감염병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특정 국가 출신 체류자(국적자)의 국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지는 않는다.
고령화도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면역력이 낮은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또한 거대한 면역취약 집단의 형성은 인간에 안착하기 쉬운 새로운 변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감염병 위기를 더욱 증대한다. 더불어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게 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지금과 같은 강한 보건의료 리더십을 갖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마다 코로나19 방역과 같은 대응을 반복할 수는 없다. 안정적 보건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건의료 공공성 확보뿐만 아니라 신약 및 백신 개발 생태계 구축, 원격진료 등 보건의료 효율화 고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의 건강 취약성을 개선할 정책·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보건복지의 다양한 영역에서 초고령 시대 적응에 대한 실제적 방안을 서둘러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수장은 공석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