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G20' 첫 다자 무대 데뷔..글로벌 중추 국가 강조(종합)
기사내용 요약
인니에 '2+2' 회의 제안…방산 협력 강화
믹타 회의…러시아 참석 이견 존재도
튀르키예, 믹타 차원 정상급 회의 제안
EU·호주, 한국 대북정책 지지 강조
박진 "평등 협력" vs 왕이 "새로운 여정"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인도네시아 발리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으로 취임 후 첫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박 장관은 7일 주최국 인도네시아 장관부터 EU, 믹타(MIKTA), 호주, 중국 등 다양한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글로벌 중추 국가'(GPS·Global Pivotal State)로서 우크라이나 사태, 대북 정책과 상호 존중의 중국 관계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한 리조트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지정학적 경쟁 심화, 공급망 교란 등 도전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양국이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 회담에서 박 장관은 외교적 상징성이 큰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제안했고, 마르수디 장관도 이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회의가 개최되면 K-FX 등 방산협력과 인태 지역 공급망 협력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이어 박 장관은 조셉 보렐 폰테예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만나 한반도 정세 및 우리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하며 EU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할을 당부했다.
양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수 있도록 북핵 문제 관련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EU 대표 측은 특히 최근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여를 크게 평가하고,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이 최상의 아태 파트너 국가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쟁을 겪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깊은 공감을 가지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
박 장관은 또 믹타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 식량 안보, 이주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믹타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로 구성된 협의체다.
믹타 외교장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각국 지원 현황을 공유했다. 또 믹타 공동의 인도적 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박 장관은 우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을 규탄했으며,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미화 1억 달러 규모 지원을 제공키로 발표했음을 설명했다.
회의에서 믹타 외교장관들은 대체로 러시아를 규탄하는 방향의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안에 대한 국가별, 지역별 온도차가 있는 만큼 사태에 대한 이견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믹타 차원의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한 것 또한 이런 회원국 간 입장차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믹타 외교장관들은 전쟁이 빨리 종결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했다고 한다. 식량, 경제 위기 등 사태 영향에 대한 인식 정도를 더 크게 느끼는 국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자회의를 보면 지역별로 입장이 나뉜다"며 "글로벌 컨센서스를 국제로 도출하기 위해선 모든 지역이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기 하기엔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각 지역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궁극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 나갈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의에서 믹타 외교장관들은 식량 안보와 이주 문제가 최근 국제사회 주요 현안이란 점에 공감했다. 아울러 믹타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는 실질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튀르키예 측은 다음 G20 정상회의 계기에 믹타 차원의 정상급 회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튀르키예는 지난 3월부터 믹타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후 의장국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한국 순으로 맡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튀르키예 측의 정상급 회동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한다. 정상급 회동은 우리가 예전에 제안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참여할지는 그것도 협의해 봐야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 대해 "믹타 차원의 논의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와 개발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단 비전에 부합하는 협의체"라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페니 웡 호주 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 ▲방산 등 실질 협력 ▲지역 및 한반도 정세와 ▲국제무대 협력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당국자에 따르면, 호주는 한국이 경제, 문화, 영향력과 가치 공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임을 상기했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전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며 한국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단호한 입장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박 장관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첫 대면 회담을 갖고 양 장관의 방중·방한 일정,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과 각 급간 소통 강화 등을 강조했다.
이날 왕 부장은 "우리는 한중관계 수교 30주년 기념을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우리 신정부는 한중관계에서 상호존중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중 양국이 상호존중과 신뢰를 쌓으면서 평등하게 협력하는 좋은 동반자가 돼야 다가올 미래 30년도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회담 중 "자유와 평화, 인권수호를 위한 협력",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수 있는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 등 다소 직관적으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상호존중, 신뢰, 그리고 평등한 협력 같은 단어는 신정부에서 한중 관계에 새로운 방향 설정으로 강조하고 있는 지점"이라며 "이러한 용어 접근에 있어서 물론 입장이 정확하게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 앞으로 그럴 기회가 점점 생길 거고 서로의 생각을 좁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다만 양측은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나토 회의 참여 등 양국 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대신 왕 부장은 "양국간 서로에 대한 안정적 정책" 등을 강조했고, 박 장관은 "인권과 법치 수호를 위한 협력"을 언급하며 새 정부의 외교 방향성을 내비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westj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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