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생각 없었는데"..'어쩌다 채식' 소비 트렌드 된다

감염병 확산 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채식주의가 소비 트렌드로 본격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채식 위주 식사가 유별나다거나, 맛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일부 있지만, 관련 식당이나 상품 등이 지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 5월 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선보인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의 6월 한 달간 방문객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사전 예약제인데다 운영 초반 전체 34개 좌석 중 20개만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주목할 점은 포리스트 키친이 비건 레스토랑이지만, 비건이 아닌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콩고기로 스테이크를 구현한 점과 버섯, 두부, 병아리콩, 뿌리채소 등 다양한 메뉴를 구현한 점은 비건 코스요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비건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깨줬다"거나 "내가 먹은 것에 고기가 하나도 없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등의 후기도 있다.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의 경우 소스를 잘 활용해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였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포리스트 키친이 인기인 데는 국내에서 채식 인구수가 증가세이고, 관련 산업의 매출 역시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올해 국내 채식 인구수는 2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200만명보다 50만명이 더 늘어나는 것인데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채식 인구수는 15만명가량에 불과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대체우유 시장 규모가 지난 2016년 3억9000달러(4891억원)에서 오는 2026년 6억9000만달러(8652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우유는 콩과 귀리, 쌀 등 곡물을 곱게 갈아 물과 섞어 만든 음료다.

최근 채식을 시작했다는 한 20대 소비자는 대체우유 등 비건식과 관련, "철학적인 이유로 비건이 되겠다는 건 아니고, 고기도 좋아한다. 오로지 건강 때문에 채식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전보다 메뉴 선택권이 다양해져 비건식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소비자는 "코로나19가 터지고 건강·면역 등에 관심을 계속 가졌는데 어느 날 내가 채소를 너무 안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식이나 약속 등에 나가면 또 고기를 잘 먹지만, 혼자 일상에서는 채식 위주 식단으로 먹는 습관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농심 외에도 비건식에 열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풀무원의 경우 지난 5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첫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선보였다.

풀무원은 또 최근 시장에서 가정간편식(HMR)이 인기인 만큼 비건식을 여기에 접목해 식물성 냉동만두와 볶음밥을 출시했다. 이는 식물성 전문 브랜드 '식물성 지구식단'의 첫 번째 제품이다.

풀무원에 따르면 만두에는 표고버섯과 야채, 두부, 볶음김치 등이 담겼다. 볶음밥에는 제육볶음 형태의 전용 대체육이 사용됐고, 양념장에 재운 까닭에 전문식당의 제육 맛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풀무원은 이번 제품 출시를 계기로 떡볶이와 짜장면,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식물성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물성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는 역시 '맛'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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